[책의 향기]옛날엔 어떻게 아이 낳고 키웠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4일 01시 40분


◇엄마의 역사/세라 놋 지음·이진옥 옮김/484쪽·1만9800원·나무옆의자

이제 겨우 팔뚝 길이쯤 될 법한 작은 아기가 요람에 누워 쌔근쌔근 자고 있다. 그 옆엔 침대 모서리에 쓰러지듯 기댄 엄마가 있다. 붉게 들뜬 얼굴에 입까지 벌리고 단잠에 빠진 엄마. 밤새 아이와 씨름했을 모습이 눈에 훤하다. 책 표지에 담긴 노르웨이 화가 크리스티안 크로그의 유화 ‘엄마와 아이’다. 워킹맘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엄마가 된다는 게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이 책을 시작했다. 시대에 따른 임신과 출산, 모성에 대한 개념 변화를 탐구한다. 이전에도, 앞으로도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림처럼 지난하고 고된 순간들의 합이라는 불변의 진리가 책을 관통한다.

책은 저자가 직접 겪은 ‘엄마 되기’ 과정을 녹인 에세이이자 역사에 남겨진 여성들의 ‘엄마 되기’ 과정을 따라가는 역사서다. 저자는 섹스와 임신, 출산과 젖먹이 아이의 육아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랐는지 살펴본다. 왕실 의사의 문진표, 여성 작가의 글, 농장 일꾼의 일기 등 조각난 기록들이 사료다.

가령 오늘날 임신 사실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이다.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약국에서 손쉽게 테스터를 사서 임신 여부를 확인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임신을 확실히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임신 과정에서 ‘태동’은 하나의 중요한 사건이었다. 17세기 영국 여성들은 태동을 임신의 결정적 증거로 봤고, 북아메리카 오지부와족 원주민들은 태동을 일컬어 ‘한 생명이 안에서 인간이 되는 순간’이라고 했다. 저자는 산업 혁명 시기에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임신과 출산을 일컫는 용어였다고 말한다. 7, 8명의 아이를 낳던 시기가 끝나고 핵가족 시대에 접어들자 임신은 이전보다 드문 몸의 상태가 됐다. 때문에 이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표현하는 언어는 보다 은유적인 것이 됐다. 임신한 여성을 “민감한 건강 상태에 있다”고 하거나 아이를 “작은 이방인이 찾아왔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저자는 평범한 여성들이 겪어온 ‘일상의 역사’를 통해 모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엄마의 역사#엄마와 아이#엄마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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