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청년재단(이하 재단)이 지난 23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휘카페에서 경계선지능 청년의 맞춤형 일자리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경계선지능 청년이 취업준비와 직무수행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적절한 일자리 지원제도의 부재와, 사회적으로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인해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번 간담회는 당사자 및 부모, 지원기관 관계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안책을 찾고자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경계선지능 청년 당사자 및 부모, 청년재단과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밈센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휘카페, 사단법인 별의친구들 등 지원조직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가 진행된 서울시립대학교 안의 ‘휘카페’는 경계선지능 청년에게 바리스타 일자리를 통해 사회적 자립 기회를 제공하는 커피 전문 매장이며, 경계선지능 청년의 부모가 운영하는 곳이다.
간담회는 느린학습자 관련 정보전달 및 인식개선을 위한 유튜브 채널 ‘경계를 걷다’를 운영하고 있는 이보람 특수교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먼저 경계선지능 청년들의 구직과정의 어려움과 직장에서 겪은 고충에 대한 얘기로 시작됐다.
휘카페에서 근무 중인 A 청년은 “과거 서비스직으로 근무했을 때 업무속도가 느리고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상사에게 혼이 많이 났고, 결국 길게 일할 수가 없었다.”면서 “회사에서 실수할 때마다 부모님께 실망감을 안기는 것 같아 지속적으로 자책감을 느꼈다. 경계선지능 청년이 원활하게 대인관계를 설정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물류ㆍ유통 관련 일용직에서 주로 근무한 B 청년은 “잦은 실수로 인해 물류센터 다른 직원들과 마찰이 발생해 강제 이전 근무 등을 여러 번 경험했다.”며 “저희와 회사가 서로 눈높이를 낮추고 서로를 이해한다면 현실적인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밈센터에서 데이터라벨링(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가공작업) 직업교육을 수료한 C 청년은 “데이터라벨러 분야에서 일하고 싶지만 회사는 인건비가 낮은 해외인력을 선호해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이들은 경계선지능 청년에 대한 낮은 이해로 인한 오해와 갈등이 구직뿐 아니라 대인관계 형성에 걸림돌이 되는 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호소했다.
경계선지능 청년 부모인 D 씨는 “가장 바라는 점은 자녀가 번듯하진 않더라도 자녀를 필요로 하는 직장에서 자신감을 갖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경제생활을 통해 자립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휘카페 권오진 대표는 “교육기관과 청년당사자를 채용하는 고용주 간 연계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자립지원 모델이 개발되기를 바란다.”며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취업 후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잡코치나 직무지도원 형태의 지원을 요구했다.
밈센터 권소현 자립지원팀장은 “경계선지능인의 경우 조기 발견이 어렵고, 당사자의 자기주도성 정도나 부모의 인지와 성향 등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가지게 된다.”며 “현재 지원정책 및 제도의 부제로 인해 단편·반복적인 공급자 중심의 직업교육에 그치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 이후 청년재단과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밈센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은 ‘경계선지능 청년 일 역량 강화 훈련 및 일경험 시범사업’ 진행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세 기관은 향후 경계선지능 청년 중 진로탐색을 희망하는 미취업 청년을 발굴 및 지원하며, 일 역량 강화 훈련과 일경험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기획 및 추진할 예정이다.
청년재단 박주희 사무총장은 “경계선지능 청년은 평균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의 지능을 가진 청년으로, 적절한 직업훈련이나 복지혜택을 받지 못한 채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재단이 ‘경계선지능 청년 지원 시범사업’을 3월부터 추진할 계획”이라며 “경계선지능 청년 당사자에 대한 직업기초능력 함양 및 직무실습 지원을 비롯해 당사자 및 부모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과 정책지원 촉구 등을 통해 경계선지능 청년 지원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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