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편과 결혼해줘'로 20년만 전성기
첫 악역…이이경과 불륜커플 활약
정신과의사·프로파일러 상담 받아
"나의 낯선 얼굴 발견하는 재미"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 안날 정도
"정수민은 나의 38살…또 악역 자신"
배우 송하윤(37)은 데뷔 20년 만에 첫 악역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tvN 종방극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이렇게 사랑 받을 줄은 몰랐다며 “욕 먹을 각오만 했다”고 털어놨다. 불륜녀 ‘정수민’을 맡아 섬세한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동안 외모로 인해 ‘악역은 안 어울릴 것 같다’는 편견을 깨부쉈다. 처음엔 거부 반응이 일었지만, 정신과 의사와 프로파일러에게 자문을 구하며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수민이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며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지금은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어느 날 딱 수민이를 만났다. 악역이 처음이라서 솔직히 조금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동안 좀 갇혀있는 느낌이었는데, 내 연기와 얼굴이 질릴 때 수민이가 나타났다. 처음엔 내 성향과 달라서 어떻게 캐릭터를 흡수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원래 연기하던 식으로 감정을 품었지만, 두드러기처럼 빨갛게 반점이 올라오고 머리가 아프고 몸살이 났다. 계속 몸에서 거부한 것 같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 프로파일러를 만나 ‘왜 이렇게 질투하는지’ 등 캐릭터 뼈대를 공부하고, 이런 심리를 가진 사람의 특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드라마는 남편 ‘박민환’(이이경)과 절친 정수민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 당한 ‘강지원’(박민영)이 10년 전으로 회귀, 인생 2회 차에 복수하는 이야기다. 원작인 동명 웹소설에서 수민은 단순한 악역으로 그려졌지만, 송하윤은 얼굴 근육까지 세밀하게 표현하며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수민은 정의 내려지지 않는, 유일한 캐릭터”라며 “(전작과 달리) 이성적으로 철저히 분리해 다른 자아를 만들었다. 나를 설득해 이 역할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특히 민환과 지혁 약혼녀 ‘오유라’(보아) 불륜 현장을 목격한 뒤 머리를 쓸어 넘기며 “와 씨…”하는 장면은 소름을 자아냈다. 마지막 16회에서 교도소에 수감 돼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듯한 모습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2022~2023) 빌런 ‘박연진’(임지연)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와 씨…’라고 한 지 몰랐다”며 “극본에는 없었고, 현장에서 했다. 사람들이 엄청 연락 와서 ‘지금 와씨가 난리 났다’고 하더라. ‘뭐지?’ 하고 봤는데 ‘내가 이렇게 했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수민이를 교도소에 두고 와서 제일 마음에 걸린다. 끝까지 마무리가 안 된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감방에서 언니들한테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았느냐.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박연진과 비슷하다고? 그도 나빴고 수민이도 나빴다”며 웃었다. “수민이는 알아서 잘 살 것 같다”며 “민환한테 칼 들고 ‘난 절대 안 죽어’라고 하지 않았느냐. 수민이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민 입장에선 “지원이 최고의 빌런”이라고 꼽았다. “수민은 지원 외에는 관심이 없다. 시청자로 안 봐지더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1년을 수민이로 살았으니까. 분리해서 즐기면서 보고 싶은데, 그게 안 돼서 나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첫 회에서 민환과 불륜을 저지르며 위암에 걸린 지원의 보험금을 언급하는 신이 “제일 힘들었다. 손과 다리가 떨리더라. 연기여도 이런 말을 남한테 한다는 자체가 충격 받았다”면서도 “그 뒤부터 쭉쭉 몰입했다. 오히려 뒤로 갈수록 지원이가 더 이해 안 됐다. 수민 입장만 되니 ‘왜 내 말을 안 듣지?’ 싶었다”고 했다.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지우고, 지인들과 소통도 줄였다. “과거에 올린 사진이 내가 수민으로 갈 수 없게 발목 잡는 느낌이 들었다”며 “사진을 다 지우고 현장에 가니 편하더라. 무서워하고 두려워할 게 없으니 잘 되더라. 드라마 보는 분들에게도 방해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계속 착한 역만 해서 좀 더 수민 캐릭터가 잘 보였으면 했다”고 돌아봤다. “캐릭터 몰입과 상관없이,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저절로 손이 떨린다. 1년 동안 안 좋은 말을 들으면 진짜 온 몸이 시뻘게지고 입 주변도 혼자 움직였다. 너무 당황스럽고 열 받으니까. 생각만 해도 후끈후끈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가장 놀란 장면이 뭐냐고? 매번 그랬다. 나의 새로운 모습을 계속 발견하면서 찍었다.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났다. 모니터를 보고 알았다. 나의 낯선 얼굴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도 신기하다. 못된 생각을 하니 눈이 삐뚤어지고 얼굴이 못돼지고 바뀌더라. 송하윤이 없어야 수민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니터를 하면 ‘원래 내 얼굴인가?’ 싶을 때도 많았다. 이번에 오른쪽 얼굴을 많이 썼다. 보통 왼쪽 얼굴이 선해 보이는데, 오른쪽 얼굴이 밉지만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가르마도 신마다 조금씩 바꿔서 조금 낯설게 느낀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이이경(35)과 불륜 커플 케미도 돋보였다. 후반부 이이경을 살해하는 신 관련해선 “원래 죽는 건 알고 있었다. 재미있게 찍었다”면서 “유달리 험한 말을 하고 싸우는 신이 많다 보니 제작진이 엄청 보호해줬다. 머리카락이 한 가닥도 안 뽑힐 정도로 안전하게 찍었다”며 웃었다. “이이경씨는 준비를 철저하게 해왔다”며 “1년 가까이 함께 해 호흡이라고 말할 것도 없이 저절로 나왔다”고 부연했다.
지원처럼 인생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을까. “지금이 좋다”며 “그 때의 실수도, 후회도 많지만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의 내가 있는 거니까. 배우는 것도 재미있다. 실수하면서 배우고, 어른들이 알려주고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수민이는 나의 서른 여덟 살이다. ‘서른 여덟 살에 뭐했어?’라고 하면 ‘난 정수민으로 살았어’라고 할 것 같다. 작년 2월에 첫 극본을 받고 올해 1월 중순에 끝났다. 딱 1년간 수민으로 살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또 악역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수민을 품고 다음의 악역은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인기를 끌면서 전작도 주목 받고 있다.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2003)를 비롯해 ‘내 딸, 금사월’(2015~2016) ‘쌈, 마이웨이’(2017), 영화 ‘완벽한 타인’(2018) 등이다. “과거에 내가 열심히 살았던 걸 다시 봐주는 자체가 감사하다”며 “잊혀진 캐릭터가 다시 살아난 느낌”이라며 좋아라 했다. 중간 중간 대표작을 만들었지만, 인기가 쭉 이어지지는 않았다. “좀 더 욕심을 가져야 할까”라면서도 “하늘의 뜻이지 않을까 싶다. 수민을 연기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쨌든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연기한 건 아니니까. 내 삶을 잘 살고, 캐릭터를 만났을 때 또 열심히 잘 살아주고 싶다. 지금까지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받아들였다.
“송하윤은 정수민을 연기하는 자체가 행복했다. 배우로서 이런 캐릭터를 만나는 게 쉽지 않다. 나도 20년 만에 만났다. 스트레스도 기뻤다. 어쨌든 송하윤의 불행을 끌어서 정수민의 행복으로 썼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나한테 행복으로 다가왔다. 작년에 살면서 느낄 수 없었던 극한의 감정을 느꼈다. 연기하면서 한 번도 우울증에 걸린 적이 없는데, 그런 게 생기더라. 아이러니하게 수민이를 연기할 때는 이런 감정이 좋더라. 지금 응원해주는 것 보면 시청자들이 그 극한의 외로움을 알아봐 준 게 아닐까 싶다. 그 응원이 위로가 됐다.”
‘수민에게 마지막 한 마디 해달라’고 하자, “진짜 울음 버튼이다. 아휴”라며 눈물을 쏟았다. “처음에 감독, 작가님 만났을 때 ‘수민이는 주변에 아무도 없어요. 얘는 누가 지켜 주죠’라고 했다. ‘송하윤 밖에 지킬 사람이 없겠다’ 싶더라. ‘제가 품고 사랑 받게 할게요’라고 하고 시작했다. 수민이는 정말 나빴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됐다”면서도 “어쨌든 너무 고생했다.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진짜 열심히 살았다. 자아를 놓고 연기했는데, 갑자기 한 순간에 딱 끊어 놓고 온 느낌이다. 이번에는 유난히 마음이 많이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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