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8년 만에 ‘은퇴 시사’ 편지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뜻 따를 것… ‘고마웠습니다’ 인사말에 진심 담아”
‘무시로’‘잡초’ 등 수많은 히트곡 남겨… “공연 때마다 숨 막히는 몰입감 선물”
4월부터 전국 순회 ‘라스트 콘서트’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가수 나훈아(본명 최홍기·77)가 가요계 은퇴를 시사했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지 58년 만이다.
나훈아의 소속사 예아라 예소리는 27일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개최 소식을 알리며 언론에 나훈아가 쓴 편지를 공개했다. 나훈아는 자신의 친필 사인을 담은 이 편지에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라며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슴에 쌓인 많은 이야기들을 다 할 수 없기에 ‘고마웠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말에 저의 진심과 사랑 그리고 감사함을 모두 담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편지글 말미 나훈아의 친필 사인 위에는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라는 설명도 담겼다. 나훈아가 더 이상 콘서트를 열지 않겠다는 의미인지, 가수로서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선언인지는 정확하게 언급되진 않았지만, 가요계에선 편지에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표현이 적혀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나훈아가 올해 예정된 ‘고마웠습니다’ 전국 콘서트를 끝으로 은퇴를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소속사 측은 편지 공개 외에는 언론 접촉을 꺼리며 공식 은퇴 발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소속사 측은 이날 올해 나훈아의 마지막 공연인 ‘고마웠습니다’ 콘서트 일정도 공개했다. 4월 인천 송도를 시작으로, 5월 충북 청주와 울산, 6월 경남 창원과 충남 천안, 강원 원주, 7월 전북 전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하반기 공연 일정은 추후 알릴 예정이다.
나훈아의 갑작스러운 은퇴 시사 소식에 가요계는 적잖이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나훈아는 음악을 떠나서 대중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며 “은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마지막 콘서트’라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나훈아가 이번 콘서트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훈아는 1966년 데뷔 후 ‘무시로’, ‘잡초’, ‘갈무리’, ‘울긴 왜 울어’, ‘고향역’, ‘강촌에 살고 싶네’, ‘물레방아 도는데’ 등 수많은 히트곡을 선보이며 50년 넘게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부산 출신인 나훈아는 전남 목포 출신 가수 남진과 함께 1970년대 가요사에서 서로 다른 외모와 음악 스타일, 지역적으로도 경상도와 전라도를 대표하는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2006년 데뷔 40주년 공연을 끝으로 2007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취소하면서 건강 이상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2008년 각종 루머를 부정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칩거에 들어가기도 했던 그는 2017년 11년 만에 컴백해 새 앨범 ‘드림 어게인’을 통해 건재함을 보여줬다. 이후 매년 신보를 발매하거나 콘서트를 열면서 꾸준히 무대 위에 올랐다. 2020년 추석 연휴 기간 KBS 2TV의 공연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테스형!’을 불러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나훈아는 한국적인 정서를 녹인 곡을 직접 만들고, 탁월한 가창력에 화려한 공연 무대를 선보이는 쇼맨십으로도 유명하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촘촘하게 쌓아 온 음악적 성취와 독보적인 무대 매너를 본 사람들에게 숨 막히는 몰입감을 자랑했다”며 “‘모든 것을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는 자타가 공인하는 철저한 공연 철학을 지켜왔고, 후배 한국 뮤지션들한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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