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길 작가(82)는 2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장편소설 ‘문신’(전 5권·문학동네)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부끄럽고 민망해했다. 그는 “5권짜리를 차마 대하소설이라고 할 수 없어서 ‘중하(中河) 소설’이라는 신조어로 부르고 있다”며 머쓱해했다. ‘문신’ 1∼3권을 2018년 12월 출간하고 5년 3개월 만에 4, 5권을 낸 것에 대해선 “작품이 늦어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편집자가 ‘21세기를 빛낼 새로운 고전’이라고 높게 평가하자, 그는 “고전이란 말은 민망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는 담담한 말투로 이렇게 덧붙였다.
“지병인 심혈관 질환이 악화돼 세 번 정도 심하게 아팠어요. 작품을 쓰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썼어요. 제 작가 인생에 남을 필생의 역작입니다.”
1968년 등단한 그는 산업화 과정에서 약자로 전락한 노동자의 애환을 다룬 중편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1977년), 6·25전쟁의 비극을 다룬 단편소설 ‘장마’(1980년)로 이름을 알렸다. ‘문신’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엇갈린 신념, 욕망, 갈등을 치밀하게 그렸다. 첫 집필부터 탈고까지 25년이 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고,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세계의 연장선에 있다. 200자 원고지 6500장으로 전 5권 세트가 209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제목은 전쟁에 나가 죽으면 시신으로라도 고향에 돌아와 묻히고 싶다는 염원으로 몸에 문신을 새기는 ‘부병자자(赴兵刺字)’ 풍습에서 따왔다. 그는 “어릴 적 6·25전쟁 때 동네 청년들이 입영 통지를 받고 입영 직전에 팔뚝이나 어깨에 문신 새기는 걸 자주 봤다”며 “청년들이 며칠 동안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시고 떠들고 동네 시끄럽게 하다가 군대에 갔던 기억을 소설의 한 요소로 녹여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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