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여론에 대한 온라인에서의 불신은 오래전부터 계속된 현상이다. 또한 대중의 판단력을 교묘하게 흐리는 특정 이슈에 대한 일부 댓글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누적되는 패턴이 줄곧 사회적 화두가 되기도 했다.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는 정말 실체가 있는 것일까. 영화 ‘댓글부대’는 대중과 같은 의문을 동력 삼아 영화적인 이야기로 풀어간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 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의 신작이다.
‘댓글부대’는 사회부 기자 임상진이 대기업 ‘만전’에 대한 특종을 냈다가 오보로 판명 나자 정직까지 당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후 임상진은 정직 1년 만에 기자로서 복직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런 그의 앞에 팀알렙 멤버 찻탓캇(김동휘 분)이 찾아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찻탓캇은 자신이 팀 멤버 찡뻤킹(김성철 분), 팹택(홍경 분)과 여론 조작을 벌여왔다며, 그간의 만행들을 하나 둘씩 고백한다. 그러다 찡뻤킹이 만전의 여론 조작팀을 만난 후 벌인 일이 생각지 못한 비극을 초래하면서 팀알렙은 내부 갈등과 분열이 커진다. 임상진은 이러한 제보를 바탕으로 또 한번 더 재기를 노리게 된다.
안국진 감독은 언론시사회 당시 ‘댓글부대’의 실체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걸 처음 접근할 때나 지금이나 같은 입장”이라며 “저는 대중과 똑같이 생각한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있는 것 같은데 실체를 모르겠고 없다고 하기엔 있는 것 같다, 또 있다고 하기엔 증거가 없지 않나,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댓글부대’의 실체는 모호하지만, 팀알렙이 보여주는 바이럴 마케팅은 실제 현실에서 가능할 법한 그럴싸한 방식으로 표현됐다. 안국진 감독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피하기 위해 허구와 실제를 오가는 연출과 이야기를 보여준다. 관객은 어떤 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더욱 궁금증을 갖게 되고, 이는 극 중 임상진이 진짜와 가짜의 혼재된 상황을 겪으며 생기는 궁금증과도 일맥상통하게 된다.
영화는 초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국내 온라인 댓글 문화의 확산과 커뮤니티의 역사에 대한 내레이션을 삽입하며 일견 다큐멘터리 같은 흐름도 보여주지만, 영화적 연출과 재미도 놓치지 않은 점이 돋보인다.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잇따르고,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손석구가 연기한 임상진은 기자인 그조차 진실과 가짜를 구별해내지 못하는, 자신의 취재에 본인이 당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에 혼란을 준다. 손석구는 혼란의 중심에 놓인 임상진을 특유의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풀어가며 극을 이끌었다.
팀알렙으로 분한 김성철 김동휘 홍경 등 세 명의 청춘 스타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이들은 각자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갈등의 절정에 이르기까지의 감정 연기를 안정적으로 보여줬다. 친구들간의 대사의 자연스러운 호흡도 인상적이다.
‘댓글부대’의 열린 결말은 마치 현실과 같다. 진실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도 현실과 궤를 같이 한다.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이고 가짜였을지, 그 해석을 관객들에게 맡긴다는 점도 흥미롭다.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대세 여론을 대체 얼마나 신뢰해야 할까. 의문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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