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필리프 클로델(62)은 19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첫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15일 국내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은행나무)을 쓴 건 이방인을 배척하는 유럽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유럽 사람들은 이민자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차 자신만의 세상을 유지하려 한다”며 “하지만 끊임없이 밀려올 이민자와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공쿠르상과 르노도상을 잇따라 수상하고 공쿠르상 심사위원에 오른 유명 작가다. 나약한 인간과 선악의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회색 영혼’(2005년·미디어2.0)이 대표작이다. 그는 영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2008년)로 영국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신간 배경은 지중해의 작은 섬마을이다. 사람들은 올리브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으며 평온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해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흑인 청년 시신 세 구가 발견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신이 왜 밀려왔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현재 진행 중인 온천 사업이 틀어질지 걱정하다 시신을 구덩이에 던져 넣고 사건을 은폐한다. 그는 “지금 유럽은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난민이 들어오고 있다.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지닌 유럽인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소설을 쓴 건 2018년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타인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더 심해졌어요.”
신간에서 상당수 등장인물들은 이름 없이 시장, 의사, 신부 등으로만 불린다. 그는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나 시간을 특정하지 않은 건 어느 시대에나 이 이야기가 적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간은 우화”라고 했다.
작품에서 외지인인 교사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진실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한다. 불신과 공포, 이기심이 섬을 가득 채운다. 그는 “세상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나누어져 있지 않다. 선악을 모두 품고 있는 인간상을 다양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민자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제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첨예한 사안이다. 문학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정치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그대로 직시할 수 있게 해주죠. 타인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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