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죄 없이 감옥에 갈 수 있습니다/저스틴 브룩스 지음·김희균 옮김/356쪽·2만 원·반니
2020년 12월, 한 재심법정에서 내려진 선고로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1988년 벌어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서 범행을 자백해 20년간 구금됐던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 재판부는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사과하며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불법체포·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졌다. 각종 증거에 객관적 합리성도 없다”고 밝혔다.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하는 이들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 책은 이처럼 누구든지 무고한 피해자로 만들 수 있는 오늘날 사법제도에 대해 비판한다. 저자는 무죄 입증 변호사 단체인 ‘캘리포니아 무죄 프로젝트’의 설립자로서 30년간 힘썼다.
무고한 사람들이 어떻게 감옥에 갇히게 되는지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변호 인력의 부족과 부적절한 수사로 인해 사형을 선고받은 매릴린 멀레로 사건, 범행 현장으로부터 56km나 떨어져 있었지만 목격자의 부정확한 진술 탓에 억울하게 복역한 라파엘 매드리걸 사건 등이 총 10개의 장에 걸쳐 등장한다. 영화 ‘추락의 해부’의 모티브가 된 어맨다 녹스 사건도 눈길을 끈다.
오판을 낳게 하는 불가항력적 실수와 구조적 요인들도 지적한다. 잘못 조합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인간의 기억력이 대표적이다. 책은 “기억해내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경찰이 잘못된 정보를 한두 개 흘리면 기억을 정확히 소환하기 어렵다”며 “경찰관은 심문에서 진실을 찾으려 하는 대신, 이미 만들어놓은 시나리오에 피의자가 동의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무고한 피해자를 낳는 불합리한 사법제도를 개혁해야 함을 강력히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1800억 달러를 교도소에 사람을 가두는 비용으로 투입하고 있다. 저자는 “거짓 자백을 만들 우려가 있는 절차들은 전부 뿌리 뽑고, 용의자 식별 절차 중 의도적 오염이나 실수가 개입하지 않도록 이중 잠금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