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드윅’ 14번째 시즌 개막
조정석 8년만에 무대로 돌아와
유연석-전동석과 3인3색 매력
2005년 국내 초연된 스테디셀러 뮤지컬 ‘헤드윅’의 14번째 시즌이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받거나 사랑받지 못해 상처투성이가 된 트랜스젠더 로커 ‘헤드윅’을 더 진하게 만나보기 위한 관전 포인트들을 짚어봤다.
올해 공연은 대형 ‘샤막’(반투명 스크린)을 처음 도입해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를 자랑한다. 작품의 대표 넘버 ‘The Origin of Love’에선 헤드윅의 미묘한 표정 연기가 중계되는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위에 오일파스텔로 그린 듯 동화적인 그림을 샤막으로 오버랩시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층적 감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손지은 연출가는 “지난 시즌에선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헤드윅에게 집중했다면, 이번 시즌에선 그 과거가 헤드윅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강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헤드윅의 이야기를 따라 록음악의 매력이 고스란히 묻어난 넘버들로 구성된다. 1988년 동독 베를린, 헤드윅은 음악을 들으며 불우한 유년 시절을 버티다가 성전환을 조건으로 결혼을 제의하는 미군을 만나 미국 캔자스로 간다. 그러나 결국 버림받고 변두리 술집을 전전하며 노래한 끝에 뉴욕에서 콘서트를 열게 된다. 이준 음악감독은 “세 도시 모두 펑크록과 글램록이 성행 및 발전했던 장소들로, 넘버와도 연관된다”며 “‘Angry Inch’, ‘Exquisite Corpse’ 등이 대표적인 펑크록 넘버”라고 설명했다.
무대 소품과 대사에 깨알같이 숨어 있는 음악적 요소를 발견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어린 헤드윅이 부엌에서 라디오를 듣는 장면의 경우 주인공이 동경한 데이비드 보위 등 록스타들의 사진이 오븐 안쪽에 도배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영국 록밴드 레드 제플린을 비롯한 뮤지션들이 대사에서 재치 있게 활용되기도 한다. “얜 마치 레드 제플린의 비행선(zeppelin)이 터져버린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라는 헤드윅의 말은 ‘알고 들을 때’ 더욱 유머러스하다.
끈적이는 목소리, 뇌쇄적 눈빛이 강렬한 주인공 헤드윅 역은 이번 시즌 조정석, 유연석, 전동석이 돌아가며 맡는다. 2006년 처음 헤드윅 무대에 선 조정석이 다시 출연하는 건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3인 3색 캐스트의 매력은 어떻게 다를까. 이 감독은 “조정석은 감정의 움직임이 큰 ‘Wig in a Box’를, 유연석은 통통 튀는 ‘Sugar Daddy’를, 전동석은 서사적 표현이 특징인 ‘The Origin of Love’를 자신만의 색깔로 특히 잘 소화해낸다”고 했다.
넘버 11곡 사이사이, 헤드윅은 공식 넘버 이외 ‘히든 트랙’들을 노래하며 관객 귀를 즐겁게 한다. 곡은 배우별로 다르다. 조정석의 경우 헤드윅의 어린 시절 우상이던 미국 록스타 루 리드의 ‘워크 온 더 와일드 사이드(walk on the wild side)’, 마치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는 듯한 가사가 담긴 렌카의 ‘더 쇼(The show)’ 등을 노래한다. 손 연출가는 “치밀한 캐릭터 분석을 요하는 작품인 만큼 배우 자신조차 모르던 본인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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