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파니샤드, 서울’(1994년),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2000년), ‘슬픔치약 거울크림’(2011년)….
김혜순 시인(69)이 문학과지성사(문지) 시인선으로 출간한 시집들이다. 1981년 문지 시인선 17호 ‘또 다른 별에서’부터 2022년 567호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까지 시집만 총 12종이다. 해외에 번역된 시집도 8종에 이른다. 김 시인이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상)을 수상한 ‘날개 환상통’도 2019년 527호로 출간됐다. 이광호 문지 대표는 “문지 시인선은 동시대 세계 독자와 함께 읽는 책”이라며 “시는 번역이 어려운 장르지만 문지 시인선 중 번역된 시집은 86권”이라고 했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출판사인 문지와 창비가 최근 각각 600, 500호 기념 시집을 최근 펴냈다. 3일 출간된 문지 시인선 600호 기념 시집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는 501∼599호 시집에서 작가들이 썼던 후기를 모았다. 지난달 29일 출간된 500호 창비 시선 특별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엔 401∼499호 창비 시선에서 시를 한 편씩 골라 담았다.
한국 시의 세계화를 이끈 두 시선집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문지는 1978년 황동규 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부터 46년, 창비는 1975년 신경림 시집 ‘농무’부터 49년 동안 상업성에 연연하지 않고 시집을 펴냈다. 창비 신인 시인상에서 20세로 당선돼 최연소 수상자가 됐던 한재범의 시집 ‘웃긴 게 뭔지 아세요’처럼 젊은 시인을 발굴하는 것도 특징. 백지연 창비 부주간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신구 조합이 탄탄한 시선집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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