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코멧’서 피에르 역할 맡아
“연기 부담에 하루 하루 야위었죠”
인기 드라마 잇단 출연으로 눈도장
“평생 했던 그 어떤 작품보다 고통스러웠어요.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걱정하느라 배고픔마저 잊고 하루가 다르게 야위었을 정도로요.”
최근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펜트하우스’ 등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하도권 씨(47·사진)는 ‘그레이트 코멧’의 주인공 피에르 역으로 8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뒤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016년 뮤지컬 ‘왕의 나라’ 이후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는 복귀작이기에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부담이 컸다”고 했다.
‘그레이트 코멧’은 1812년 나폴레옹이 침공하기 직전, 삶에 대한 회의감 속에 방황하는 러시아 귀족 피에르가 여인 나타샤에게 연민을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를 재창작한 뮤지컬로 2017년 제71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무대디자인상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피에르 역은 하 씨와 케이윌, 김주택이, 나타샤 역은 이지수, 유연정, 박수빈이 돌아가며 연기한다.
총 27곡의 넘버는 일렉트로닉, 록, 힙합 등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 귀를 즐겁게 한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인 그는 “클래식을 전공해서인지 음악을 들으면 선율과 박자를 예측하게 된다. 그런데 ‘그레이트 코멧’의 넘버들은 그 예측이 전부 빗나갈 만큼 신선하고 세련되다”고 했다. 출연자들은 넘버를 가창하는 동시에 악기 연주까지 소화한다. 하 씨는 총 8곡의 넘버에서 피아노와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그에게 악기 연습은 그야말로 울분의 연속이었다.
“하루 8시간씩 악기를 붙들고 있었어요. 특히 아코디언은 생소했기 때문에 오후 10시 공연 연습이 끝나면 레슨 선생님과 새벽 3∼4시까지 연습했죠. 대학 입시 때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하 씨는 2004년 뮤지컬 ‘미녀와 야수’로 연기 생활을 시작해 뮤지컬 ‘엘리자벳’ ‘레미제라블’ 등을 거친 베테랑 배우다. 그는 “20년간 맡은 배역 중 피에르는 나와 가장 많이 닮아 있다. 무대에서 자주 울컥하지만 남은 넘버를 소화하기 위해 감정을 다잡는다”며 “피에르가 느끼는 결핍,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사랑을 좇으려는 마음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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