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스턴미술관 소장 고려 사리, 100년만에 고국으로(종합)

  • 뉴시스
  • 입력 2024년 4월 17일 11시 11분


ⓒ뉴시스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고려시대 스님들의 사리가 100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봉선사 주지 호산 스님과 총무원 문화부장 혜공 스님을 비롯한 대표단이 16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사리의 기증에 대한 행정 절차와 관련 이운 의식을 완료하고 진신사리를 인수했다”고 17일 밝혔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구 안에 봉안됐던 고려시대 사리는 오는 18일 문화재제자리찾기가 만든 사리구 재현품에 담겨 한국으로 돌아온다.

환수된 진신사리는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임시 보관된다. 고불식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불교 전통 이운 의례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진신사리를 원 봉안처에 봉안하는 법회는 오는5월19일 양주 회암사지에서 열린다.

보스턴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반환되는 사리는 가섭불, 정광불, 석가불, 지공선사, 나옹선사의 사리다. 사리구에 적힌 명문을 통해 석가여래와 역대 조사의 진신사리임이 확인됐다.

이들 사리가 담긴 사리구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스턴박물관은 사리가 담긴 사리구를 1939년 보스턴 야마나카상회로부터 사들였다.

조계종은 “정광, 가섭불과 석가불의 진신사리, 그리고 고려 지공, 나옹선사의 사리가 일시에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환지본처는 불교적·역사적 의미를 지닌다”며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이역만리에 보관됐던 진신사리가 마침내 사찰로 돌아와 예배 대상으로서의 본래 가치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 크다”고 평가했다.

조계종은 2009년부터 보스터턴미술관과 사리 환수에 대해 논의해왔다. 우리 측은 당초 사리와 사리구를 함께 반환받고자 했으나 미술관은 사리만을 돌려주겠다는 의향을 굽히지 않아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2013년 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김건희 여사가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자리에서 반환 논의가 재개됐다.

지난 2월 초 보스턴미술관와 조계종, 문화재청은 보스턴미술관이 사리를 조계종에 기증하고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를 일정 기간 한국에 대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문화재청은 “현재 사리구 임시대여 추진을 위해 필요한 세부사항들을 미술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조율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국내 대여와 전시를 통해 사리구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표단에 참여한 호산 스님은 “마침내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역대 조사의 사리가 양주 회암사로 환지본처한다”며 “회암사 교구 본사인 봉선사 주지로서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진신사리의 역사적, 종교적 위상과 가치에 맞게 예경의 대상으로 봉안해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 스님은 “종단과 문화재청, 보스턴총영사관을 포함한 외교부, 시민단체 등의 지속적 노력으로 달성한 성과”라며 “사리가 가진 성보로서의 가치를 존중하고 배려해 준 보스턴미술관 측에 아낌 없는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

매튜 테이틀바움 보스턴미술관 관장은 “조계종, 문화재청, 보스턴총영사관과 일할 수 있게 돼 큰 영광”이라며 “커다란 종교적 중요성을 지닌 성물을 종단에 기증하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고, 이를 계기로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기념하는 공동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협력 관계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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