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첫 로봇 출연 ‘천 개의 파랑’
로봇 고장으로 미뤄지다 16일 막 올려
경주마-로봇-소녀의 연대 SF적 연출
동그랗고 큰 눈이 고등학생 연재의 두 눈을 응시한다. 알루미늄으로 된 손을 들어 연재의 호흡과 떨림을 측정한다. 이어 성별을 알 수 없는 기계 톤 음성으로 말한다. “당신이 행복하면 저도 행복해져요.”
국립극단 74년 사상 처음 로봇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 ‘천 개의 파랑’에서 로봇이 관객을 향해 던진 대사다. 이 작품은 천선란 작가의 동명 공상과학(SF) 소설이 원작. 병든 경주마 ‘투데이’와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그리고 소녀 연재가 연대하는 과정을 그린다. 로봇과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실시간 영상 송출 등 기술로 SF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앞서 우여곡절도 있었다. 당초 4일 개막이었는데 이틀 전 회로상 결함이 발견된 것. 공연은 연기됐고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콜리 역은 배우 김예은과 로봇이 나눠 연기한다. 로봇은 설계된 알고리즘에 따라 대사를 말하고 상체를 움직이는 반자동 퍼펫(Puppet). 공연 중 큰 버벅거림 없이 매끄럽게 ‘연기’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다만 손가락과 하반신 등은 움직이지 않아 다소 어색함도 있었다. 미세한 몸짓과 감정선은 배우 김예은이 풍부한 표현으로 보완했다. 김예은은 “로봇에게 마음을 열게 될 줄 몰랐다”며 “연습 초반 (신호 지연으로) 예측 불가 실수를 할 땐 더욱 인간처럼 느껴졌다. 나중엔 연습이 끝나고 콜리만 극장에 남는 게 걱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관객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최지우 씨(26)는 “로봇이 기대한 만큼 뛰어나진 않지만 사람이 연기를 뒷받침해 몰입엔 문제 되지 않았다”고 했다. 우수현 씨(25)는 “이보다 퀄리티가 높았다면 (로봇을) ‘고등학생이 만들었다’는 설정과 충돌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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