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지치고 힘들었을 때 친한 후배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제주에 가서 푹 쉬고 싶은데 어디 가면 좋을까.” 그때 추천받은 장소가 제주 서귀포시의 위(WE)호텔 제주였다.
한라산 해발 350m에 자리 잡은 이곳은 호텔 입구에 들어서는 벚꽃 터널길부터 숲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21만㎡에 달하는 울창한 숲속에 호텔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우거진 제주의 자생식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번잡한 도시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여러 종류의 새 소리가 들려온다. 딱따구리, 노랑할미새, 딱새, 동박새, 직박구리, 산솔새, 곤줄박이, 안락할미새…. 20여 종의 새가 오케스트라를 이뤄 연주하는 것 같다. 호텔에서는 ‘크리스탈 싱잉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양쪽 귀를 오가는 싱잉볼 소리와 파장에 몸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짧은 단잠에 들었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위(WE)호텔 제주에 다시 가 보니, 부모님 모시고 여행하는 ‘효(孝)캉스’에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호텔의 대표는 제주한라병원의 김성수 원장이다. 병원 의료진이 참여하는 의료 서비스에 더해 스파와 미용 등 이른바 ‘메디웰(의료+웰니스) 스테이’를 누릴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추천 ‘웰니스 관광지’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산림욕 테라피와 숲 요가, 숲 산책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위(WE)호텔 제주의 메디웰 원스톱 프로그램은 고객 맞춤형이다. 평소 식습관과 운동 등을 묻는 문진표를 작성한 후 자율신경 균형 및 스트레스 검사를 통해 건강상태를 파악한다. 의료진은 말했다. “우리 건강을 해치는 스트레스는 몸 밖으로 빼내야 해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깊은 호흡을 하는 겁니다.” 몇 달씩 장기투숙하면서 운동 처방과 식단 조절 등 건강관리를 받는 고객들도 있다고 한다.
이 호텔의 자랑은 물이다. 식수는 물론 객실과 수영장에도 제주 천연암반수가 나와 샤워만 해도 피부가 매끈해진다. 우리 몸에 좋은 마그네슘 등이 다량 함유돼 몸속 노폐물 제거와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아쿠아 메디테이션 풀’에서 운영되는 ‘해암 하이드로’는 그중 백미다. 은은한 조명이 내리쬐는 돔 형식의 수중 공간에서 받는 수중 지압 마사지다. 부유기에 몸을 맡기고 힘을 뺀 채 운동관리사가 이끄는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받으면 물의 흐름에 따라 몸이 유영한다.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가 된 느낌이다. 수중 운동 프로그램인 ‘아쿠아 엑서사이즈’는 일단 재밌다. 물속에서 걷고 뛰다 보면 호흡이 빨라지고 다리 근육이 뻐근해진다. 중장년층의 근력 강화와 관절의 유연성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제주의 대표적 향토 음식인 옥돔구이, 돼지내장과 배추 무 등을 넣어 뜨끈하게 끓여낸 갈비몸국, 제주 특산 오메기떡 등으로 구성된 제주 반상 차림으로 호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 앞 정원을 산책하면 더없이 호젓하다. 호텔 내 메디컬 스파 센터에서 피부관리를 받고 잠자리에 들면 아침 새소리에 깰 때까지 꿀잠을 이룰 것이다.
위(WE)호텔 제주의 진가는 아침에 빛난다. 제주의 아침 햇살이 숲속 나뭇잎들을 반짝반짝 비춘다. 제주에서 더욱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100여 종의 초목이 산책로에서 인사를 건넨다. 1∼2월의 복수초와 천리향, 3월의 하얀 벚꽃 터널, 4∼5월의 철쭉과 참꽃나무, 6∼7월의 수국과 치자꽃, 8월의 백일홍과 연꽃, 9∼10월의 금목서와 은목서, 11월의 단풍, 12월의 제주 구상나무와 동백…. 축복받은 제주의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침에 숲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풀밭에 매트를 깔고 누워 하늘을 봤다. 벚꽃이 하늘 캔버스에 가득했다. 명상을 마치면 벚꽃 차를 마시면서 고마운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함께 참여한 투숙객 가족이 있어 물어보니, 다음 달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아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효(孝)캉스’를 온 것이었다. 그 부모님의 표정이 벚꽃처럼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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