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일 한국인으론 두번째 무대
“단원들 호흡 정말 잘맞아 흥미로워”
獨언론 “화상 입을 정도 에너지” 評
“연습에 들어간 뒤부터 베를린 필이 가진 특유의 소리에 벅찬 감동을 받았습니다. 단원들 사이의 호흡이 정말 잘 맞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어요.”
지휘자 김은선(44·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이 세계 최고 명문 악단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지휘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정명훈 이후 두 번째다. 그는 18∼20일(현지 시간) 베를린 필을 지휘해 쇤베르크의 ‘기대(Erwartung)’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연주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김은선은 과감한 프로그램을 지휘해 기억에 남는 저녁을 남겼다”고 평했다.
김은선은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무대로 들어가고 나갈 때는 음악에 몰두해서 객석의 반응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악장 사이마다 박수가 나오더라”며 “일반적인 콘서트 관습과는 다르지만 저와 오케스트라는 ‘관객들이 연주를 매우 좋아하고 있구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쇤베르크의 ‘기대’에는 기대와 다른 일도 일어났다.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독창이 함께하는 이 곡을 미국 소프라노 태머라 윌슨이 협연할 예정이었는데 공연 일주일 전에 개인 사정으로 협연을 취소해 리투아니아 소프라노 아우스리네 스툰디테가 급히 무대에 올랐다.
“재작년에 이 곡을 오페라 형식으로 공연하신 분이죠. 낮은 알토 음역에서 소프라노의 극고음까지 쏟아내야 하는 역할인데 예전에 연주한 곡이기도 하지만 짧은 기간에 너무 훌륭하게 해냈어요.” 타게스슈피겔은 두 사람의 호흡에 대해 “여성의 힘이 승리했다. … 화상을 입을 정도의 에너지를 발산했다”고 평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은 김은선의 특기곡 중 하나다. 올 2월 김은선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이 곡을 연주했을 때는 뉴욕타임스가 ‘악보를 자유롭게 해석해 꿈과 같은 연주를 펼쳤다’고 평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20세기 초 작품 중에서도 낭만성이 강한 교향곡과 당시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쇤베르크의 곡을 함께 무대에 올린 셈이다.
“쇤베르크는 올해 탄생 150주년이고 ‘기대’는 올해 초연 100주년이죠. 같은 시대에 낭만주의를 끝까지 구현한 사람과 그걸 파괴하고 나아가려 한 사람을 함께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김은선은 사흘간의 공연 과정이 줄곧 기대 이상의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지휘자로서 원하는 방향을 전달했을 때 각 파트의 수석들이 제 의도를 살려 자기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펼쳐 나가는 점이 정말로 멋졌죠. 지휘자로서는 굉장히 편한 일이거든요. 사흘 동안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하면서 뒤로 갈수록 단원 각자의 역량을 더 마음껏 뿜어내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의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1년에 한 번씩 바그너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 올해는 10월에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공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초연 200주년을 맞아 기념 콘서트도 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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