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란 말 싫어” ‘가황’ 나훈아, 56년 만에 마이크 내려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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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27일 17시 58분


나훈아(예아라 제공)
나훈아(예아라 제공)
‘가황’ 나훈아가 관객들에 “고마웠습니다”라고 전하며 데뷔 56년 만에 은퇴 무대를 선보였다.

나훈아는 27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2024 나훈아 콘서트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인천 공연을 열고, 총 2시간 25분간 무대에 섰다.

지난 2월 나훈아는 편지로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따르겠다며 “세월의 숫자만큼이나 가슴에 쌓인 많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기에 ‘고마웠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말에 저의 진심과 사랑 그리고 감사함을 모두 담았습니다”라고 가수 데뷔 56년 만의 은퇴를 시사한 바 있다.

나훈아(예아라 제공)
나훈아(예아라 제공)
‘고향역’을 시작으로 ‘체인지’ ‘고향으로 가는 배’ ‘남자의 인생’ ‘물레방아 도는데’ ‘18세 순이’ 등 6곡을 연이어 부르며 무대에 선 나훈아는 무대에서 가림막을 세워 놓고 옷을 갈아입는 퍼포먼스도 선보이며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어 나훈아는 “오늘 저는 무조건 잘하겠다, 오늘 공연을 잘해야 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만 우선 인천공연은 이번 공연으로 마지막”이라며 “그런데 오늘 공연은 앞으로 한 10년은 더할 거처럼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아드님, 따님들이 마구 눌러서 힘들게 표를 구해주셔서 보내준 것도 잘 알기 때문에 오늘 죽는 한이 있어도 잘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가시버시’ ‘홍시’ ‘아름다운 이별’ ‘영영’ ‘인생은 미완성’ 등을 연달아 부르며 노래에 얽힌 이야기도 전한 나훈아는 특히 영어 곡인 ‘마이 웨이’를 부르며 “걸어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이 노래가 내 인생과 비슷하다”며 웃었다.

분위기를 전환한 나훈아는 2020년 발표해 화제를 모은 ‘테스형’으로 공연을 뜨겁게 달궜다. 그는 이어 ‘공’을 부르다 중간에 잠시 노래를 멈추고는, “내가 그만두는 게 섭섭하나”라고 했다. 이에 관객들이 “섭섭하다”고 외치자, “그래서 그만둔다”라며 “‘갈 때 됐다 가라’고 하는 것과 여러분이 서운해할 때 그만두는 것 중에서, 제가 돌아서는 모습에 (여러분이) 서운해 안 했으면 (내가) 얼마나 슬프겠나”라고 밝혔다.

나훈아는 27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2024 나훈아 콘서트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인천 공연을 열었다. ⓒ 뉴스1
나훈아는 27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2024 나훈아 콘서트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인천 공연을 열었다. ⓒ 뉴스1
그는 이어 “유튜브에서 어떤 점쟁이가 내년에 죽는다고 하고, 어떤 점쟁이는 내가 아픈 게 보인다더라”며 “저는 방송이나 신문에다 얘기 안 하니까 올해 2월에 피검사 한 거를 (여기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5가지 검사를 했는데, 문제가 있으면 빨간 줄이 나온다”며 “근데 의사 선생이 깜짝 놀랐다”면서 빨간 줄 없이 깨끗한 검사 결과지를 깜짝 공개했다.

그러면서 나훈아는 건강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그만둔다고 밝히며, “이제 피아노 앞에 앉지 않을 거다, 기타 만지지도 않을 거다, 책은 봐도 글은 쓰지 않을 거다”라며 “48권의 일기장이 있는데, 이제 일기도 안 쓸 거다”라고 말했다.

나훈아는 이날 공연에서 ‘앙코르’ 대신에 우리말인 ‘또’라고 외쳐달라고 당부했던 터. 관객들은 네 번의 ‘또’를 외쳤고, 나훈아는 무대 위는 물론, 객석까지 내려와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노래했다.

‘기장 갈매기’로 마무리를 지은 나훈아는 “여러분들, 오늘 자리를 끝까지 지켜서 저를 보내주길 바란다”며 “은퇴라는 말을 왜 안 하느냐고 하는데, 전 그 말이 싫다, 밀려가는 느낌”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나는 아직 할 수 있는데 마이크를 내려놓는 것이고 연예계에 기웃거리나, 누구에게 곡을 주고 그러지 않을까 하는데 저는 후배 가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훈아는 “이제 진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제 노래를 못 부른다. 여러분이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고, 그는 날아오는 드론에 마이크를 단 뒤 떠나보냈다.

이날 공연장 곳곳에서는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의 함성이 들렸다. 나훈아의 은퇴 발언에 “가지 마”라고 외치고, 끝내 공연 말미에는 눈물을 훔치는 팬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나훈아는 지난 1968년 ‘내 사랑’으로 데뷔한 뒤 ‘사랑’, ‘울긴 왜 울어’, ‘잡초’, ‘무시로’, ‘고향역’, ‘어매’, ‘땡벌’ 등의 곡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2020년에는 ‘테스형’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 그는 현역 가수로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왔다.

나훈아는 1970년대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그으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그는 가창력은 물론이고 남다른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나훈아는 현재까지 800곡 이상을 만들었으며 히트곡만 100곡이 넘어 ‘가황’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나훈아는 이번 27일, 28일 인천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5월 11일 청주, 18일 울산, 6월 1일 창원, 15일 천안, 22일 원주, 7월 6일 전주에서 전국투어 콘서트를 진행한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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