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어가는 완연한 봄날, 조선과 대한제국의역사를 품고 있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등 5개궁궐과 종묘, 사직단은 궁중 축제들로 활기 가득하다.
‘궁중문화축전’은 4월 26일 시작해 5월 5일까지 여러 화려한 공연과 체험행사가 펼쳐지는 대규모 문화유산축제다.
28일 서울 도심 종묘의 영녕전을 찾았다. 궁중문화축전행사의 하나인 창작 공연 ‘묘현, 왕후의 기록‘이 진행됐다. 휴일 오후 종묘 고즈넉한 숲 속에서 펼쳐지는 궁궐축제를 보기 위해 따가운 햇살을 마주 하며 내 외국인들이 몰렸다.
묘현례(廟見禮)는 왕비나 세자빈이 왕실 혼례를 마친 뒤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 신주가 모셔진 이곳 종묘를 알현하는 의례다. 왕실 여성이 참여하는 유일한 궁궐 행사여서 그 의미가 깊다.
인원왕후는 조선 숙종(재위 1674∼1720)의 세 번째 왕비다. 16세 즈음인 1703년 혼례를 마친 뒤 훗날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남겼다고 한다. 이 한글 문집 ‘선군유사’와 역사 고증 등을 바탕으로 창작극이 탄생했다.
숙종과 왕비, 친정아버지인 김주신, 문무 대신들, 내관, 상궁들로 분장한 배우들의 화려한 왕실 의상이 이채롭다. 배우들의연기와 웅장한 뮤지컬 음악은 덤이다. 당시 신하들이 왕비 얼굴을 직접 볼 수 없었다는 점을 반영해 왕비가 입장하기 전에 문무대신들이 숨듯이 모두 퇴장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약 40분 동안 우리말로 진행돼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 방문객들은 약간 힘들어 보였다.
이 공연은 27일부터 5월 1일까지 오후 1시와 오후 4시 등 하루 두 차례씩 열린다. 메인 공연 외에 옛 종묘제례 때 사용한 악기 체험과 왕실 여성들의 생활 문화를 종묘 여기저기서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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