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창비가 이달 19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마포구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에 한 독자가 쓴 시구다. 정다연 시 ‘사랑의 모양’의 “빛이 지나치다”라는 기존 시구의 뒤를 이어 독자가 자신만의 시를 새롭게 써 내려간 것. 다른 독자는 유수연 시 ‘에티켓’에서 “내 삶이 실례라는 걸 안다”는 기존 시구의 뒤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살아간다”는 구절을 새로 덧붙였다.
이곳은 창비가 500호 시선집 발간을 기념해 마련한 팝업스토어 ‘시크닉’. 이는 ‘시(詩)’와 ‘피크닉’(소풍)을 합해 만든 조어다. 창비 인스타그램을 구독하고 방문하면 일회용 카메라나 에코백 같은 상품을 줬다. 최지인 최백규 등 신인 시인이 ‘일일 점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예린 창비 마케터는 “열흘 동안 2000여 명의 독자가 ‘시크닉’에 방문해 수백 편의 시를 포스트잇에 썼다”고 했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26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밀리의 서재가 처음 종이책으로 출간한 콘텐츠인 장편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오리지널스)를 홍보하기 위해 ‘핫한 백화점’까지 찾아간 것. 출판사 문학동네는 앞서 지난해 9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출간을 기념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출판사 본사 및 하루키 작품과 별 상관없는 곳이지만 성수동 팝업스토어 경쟁에 출판사도 참여하고 나선 것이다.
출판계가 임대료, 부스 설치비 등을 부담하며 ‘팝업스토어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책과 멀어지고 있는 젊은층을 잡기 위한 시도다. 작가 사인회 등 전통적인 방식만으로는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기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본 것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시작된 흐름은 대형 출판사에서 중소형 출판사로 퍼져 갈 것”이라며 “종이책이란 오래된 매체가 젊은 독자를 잡기 위해선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한 새 마케팅을 적극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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