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티켓 놓고 옥신각신… 그 속에 담긴 인간의 민낯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일 03시 00분


연극 ‘더 라스트 리턴’
취소표 쟁취하려는 인간상 그려내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서 선보여

연극 ‘더 라스트 리턴’에서 등장인물들은 구구한 사연과 잔꾀 섞인 논리를 앞세워 마지막 취소표를 쟁취하려 한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 ‘더 라스트 리턴’에서 등장인물들은 구구한 사연과 잔꾀 섞인 논리를 앞세워 마지막 취소표를 쟁취하려 한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꼭 봐야 하는 공연의 마지막 회차. 예매에 실패한 내게 남은 기회는 당일 취소표뿐. 악천후를 뚫고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헐떡이며 극장으로 달려간다. 겨우 한두 장 나올 취소표 대기줄에는 벌써 두 명이 와 있다. 그런데 한 명은 가방만 둔 채다. 내가 내는 세금을 받아 일하는 매표소 직원에게 문제를 제기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줄은 알아서 서세요”.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고 나는 ‘지성인답게’ 말한다. “제가 이해하는 공정함과 상식에 따르면 이건 아니죠.”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 중인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은 이렇게 시작된다. 아일랜드 극작가 소냐 켈리가 쓴 희곡이 원작이다. 인기 공연의 마지막 취소표를 두고 벌이는 다툼을 세밀한 대사로 그려냈다. 배우 최희진, 정승길, 이송아 등이 출연해 권리의 본질과, 이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공연에는 주류와 비주류, 특혜와 차별을 동시에 오가는 이들이 등장한다. 심각한 신장질환을 앓는 퇴출 직전의 교수, 외국계 기업을 다니다 밑바닥 신세로 전락한 직원, 전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군인 등이 저마다 절박한 사정을 하소연하며 억지에 가까운 논리를 펼친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말다툼에 따라 오르내리는 각 인물의 대기순번을 보면서 관객은 자신의 지위와 시스템의 정당성에 대해 따져보게 된다.

어느새 흐릿해진 목적 의식 속에서 맹목적으로 다투는 아이러니는 희극적 연출로 강조됐다. 피비린내 나는 총성에 이어 울려 퍼지는 해맑은 음악은 쓴웃음을 유발한다. 무대 세트는 마치 장난감 나라처럼 꾸며져 객석과 심리적 거리감을 만든다. 이는 낯 부끄러울 정도로 닮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비춰보게 하는 효과를 낸다.

공연은 허를 찌르는 반전과 함께 다소 허망하게 끝난다. 그러나 여백 많은 결말은 오히려 이 투쟁의 목적과 결과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곱씹을 여지를 준다. 이미 견고히 세워진, “도착 순서대로 번호표를 받는 간단한 시스템” 안에서 “밀치고 훔쳐서라도 앞으로 가야 하는” 투쟁의 끝은 모두의 안녕과 평화이어야 하지 않을까. 전석 3만5000원.

#더 라스트 리턴#연극#특혜#차별#여백 많은 결말#투쟁의 끝#모두의 안녕#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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