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분당구에 사는 김모 씨(38)는 최근 유튜브 콘텐츠에서 보고 배운 대로 대청소를 하기 위해 과탄산소다를 사용했다가 깜짝 놀랐다. 김 씨는 “과탄산소다에 팔팔 끓인 뜨거운 물을 붓자 생긴 기체가 순식간에 코와 입으로 들어와 숨이 턱 막히며 기침이 수차례 나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마스크를 끼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면서 “이 기체가 무엇인지, 몸에는 얼마나 해로운지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며 “천연세제라고 알고 있었는데, 건강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지 걱정된다”고 했다.
과탄산소다는 살균·표백 효과가 뛰어나 청소나 빨래에 자주 사용된다. 청소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과탄산소다를 이용하면 물때와 찌든 때 등을 벗기는 데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야에 과탄산소다와 주방 세제, 뜨거운 물을 섞어 청소하려는 부분에 뿌린 뒤 10분가량 방치하고 물을 뿌려 닦아내기만 하면 된다. 빨랫감에 묻은 얼룩을 지우는 데도 과탄산소다와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과탄산소다 청소법을 시연한 유튜브 콘텐츠에는 유독 위험하다는 경고성 댓글이 이어진다. 이들은 “꼭 마스크 쓰고 하셔야 한다” “과탄산소다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기체를 흡입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과탄산소다를 두고 ‘락스보다 안전한’이라고 표현한 콘텐츠에는 “락스나 과탄산소다나 흡입하면 몸에 해로운 건 마찬가지”라는 댓글도 많이 달린다.
대표적인 생활화학용품 대체제로 꼽히며 건강에 무해하다는 인식이 있는 과탄산소다가 몸에 해롭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과탄산소다가 뜨거운 물과 결합했을 때 나오는 기체는 과산화수소와 이산화탄소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는 “이 기체를 흡입했을 때 숨이 턱하고 막히는 건 과산화수소 기체 때문”이라며 “호흡으로 (이 기체를) 많이 들이마시면 산화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피부도 상하고 호흡기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일부에서 락스와 과탄산소다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한 데 대해선 “락스는 맹독성 독가스”라며 “과산화수소는 그보다 약하지만 독성이 상당한 건 맞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는 과탄산소다를 천연세제라고 소개한 곳들이 많다. 이 때문에 자칫 우리 몸에 노출돼도 전혀 해롭지 않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교수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과탄산소다는 대부분 탄산소다에 과산화수소를 넣어 결정성 고체로 만든 것”이라며 “(‘천연’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과탄산소다를 보다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마스크를 쓰거나 환기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텀블러나 반찬통을 세척하려고 용기 안에 과탄산소다와 뜨거운 물을 담은 뒤 뚜껑을 닫았다가 뚜껑이 천장으로 튀어올랐다는 경험담도 있다. 이 교수는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이산화탄소가 계속 나오면서 압력이 높아진 탓에 뚜껑이 튀어오를 수 있다”며 “밀폐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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