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한지호(32·사진)가 미국 인디애나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다. 인디애나대는 이 대학 교수로 재직해온 명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1923∼2023)가 지난해 타계한 뒤 피아노과 신임 교수를 물색해 왔다. 인디애나대 음대는 줄리아드 음악원, 커티스 음악원, 뉴잉글랜드 음악원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으로 꼽힌다.
“프레슬러 선생님의 빈자리에 가게 된 셈이니까 큰 영광이죠. 어릴 때부터 그분의 팬임을 자처할 정도로 좋아했기 때문에 서거하신 후 인디애나대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공고를 보고 부랴부랴 지원했어요.” 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지호는 “어떤 피아니스트들이 몇 명이나 지원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프레슬러는 전 세계 피아노 3중주단의 대명사였던 ‘보자르 트리오’의 피아니스트로 85세까지 활약했다. 한지호는 “프레슬러 선생님처럼 실내악 활동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디애나대 음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전 서울대 교수)이 지난해부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지호는 “이 선생님을 물론 잘 알지만 뵐 기회가 없었다. 함께 화음을 맞출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지호는 독일 에센폴크방 음대에서 학사를 취득한 뒤 하노버국립음대 석사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14년 피아노 부문으로 열린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독일 ARD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와 청중상, 현대음악 특별상을 받았다. “제가 일찍 독일에 와서 한국에서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으로 고국에서 많은 연주 기회가 열리게 됐죠. 정말 감사한 대회였습니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과 한국 무대에서 활동해온 그는 4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김성진 지휘 김천시립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했다. “라흐마니노프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해서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청중이 매우 따뜻했고 집중해 주시는 분위기여서 만족스러운 무대였습니다.”
그는 6월 20일 금호아트홀 연세 ‘아름다운 목요일’ 무대에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함께 선다. 하반기에는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바이올린을 위한 편곡 작품들을 연주하고, 내년 1월에는 프랑스에서 탄생 100주년을 맞는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1925∼2016)의 작품들로 리사이틀을 할 예정이다. 그는 “유럽에서 예정된 활동이 많아 독일 에센에 있는 집도 처분하지 않고 놔뒀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세 곳을 분주히 다니며 교육과 연주에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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