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는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여럿이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나누는 숙론(熟論)을 거쳐야 하죠.”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70)는 7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인문학서 ‘숙론’(김영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2021년 “애 낳으면 바보!”라고 발언한 유튜브 동영상이 조회수 360만 회를 기록하는 등 젊은층의 주목을 받았다.
최 교수는 신간에서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평균 출생아 수)이 0.72명까지 추락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려면 사회적 숙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는 대통령, 정부 부처, 현인 등 한 주체가 판단해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많은 연결고리가 얽힌 이 문제를 절묘하게 해결하기 위해선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간에서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는 과정이 숙론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 숙고하고 충분히 의논해 좋은 결론에 다가가자는 것이다. 그는 “숙론을 위해선 정부 토론회나 학계 심포지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제-지정 토론-종합 토론’의 구조부터 탈피해야 한다”며 “널찍한 공간에 동심원으로 의자를 배치하고 서너 개의 원이 겹겹이 둘러싸는 구조를 만들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토론의 중요성을 깨달은 건 유학 시절이라고 한다. 1983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4년 서울대 생물학과 교수에 임용돼 토론 수업을 이끌며 숙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것.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별히 말하는 걸 좋아하지만 말할 기회가 없다”며 “숙론의 장을 만들고 충분히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 응어리가 풀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숙론을 벌이는 아버지일까.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해외에서 오래 산 제 아들은 저와 대화하다 의견이 다르면 ‘아 유 스튜피드?(Are you stupid?)’라고 물어요. 하지만 진짜 저를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이건 (대화 방식과 문화의) 차이일 뿐입니다. 가정에서부터 토론문화가 조금씩 바뀌면 사회도 변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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