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성자(聖者)’로 불리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이 치명적인 청각장애, 위장질환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린 것이 납중독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가 납중독에 의해 사망했다고 주장한 1999년 연구에 쓰인 머리카락이 가짜였다는 사실은 1년 전 밝혀졌다. 이와 무관하게 납중독이 그에게 여러 질환을 초래했음이 다시 알려진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주립대 교수진은 6일(현지 시간) 임상화학 저널에 “베토벤의 두 개의 머리카락 뭉치에서 납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폴 자네토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에 “머리카락 뭉치에서 각각 1g당 258㎍(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과 380㎍의 납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정상 수치인 1g당 4㎍ 미만보다 훨씬 높다. 이 외에도 비소는 정상 수치의 13배, 수은은 정상 수치의 4배에 이르는 등 다양한 중금속에 노출돼 있었다고 전했다. 독성학자인 데이비드 이턴 워싱턴대 명예교수는 “많은 양의 납이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청력을 손상시켰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토벤을 납중독에 이르게 한 경로로 와인과 의약품이 꼽힌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 와인 12병을 선물로 받았을 때 “안타깝다. 너무 늦었다”고 했을 정도로 와인 애호가였다. 당시 와인 제조업계는 단맛을 강화하기 위해 아세트산 납을 첨가했다. 또 베토벤은 최소 75개의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당시 많은 연고와 약에 상당량의 납이 포함돼 있었으며 베토벤이 복용한 약에도 납이 함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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