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올드타운에서 불과 50km 떨어진 곳에는 멕시코와의 국경이있다. 국경을 넘으면 멕시코 티후아나다. 그래서 샌디에이고 사람들은 국경너머 멕시코로 놀러가고, 멕시코 사람들은 샌디에이고로 출퇴근도 하고 동물원이나 사파리, 씨월드를 구경오기도 한다.
그래서 샌디에이고는 멕시코 영향을 받은 문화와 음식이 다양하게 발전했다. 지난달 서울에서 메이저리그(MLB) 야구 개막전을 펼쳤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응원 캐릭터는 정수리가 벗겨진 가톨릭 수도승 모습이다. 이것은 샌디에이고라는 이름이 15세기 스페인 예수회 신부였던 성 디다코(Didacus)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파드레스(Padres)는 스페인어로 아버지(father)란 뜻인데, 가톨릭에서는 신부( 神父)를 뜻하는 말이다. 결국 샌디에이고 파드레서는 ‘성(聖) 디에고 신부님’이라는 뜻인 셈이다. 파드레스 구단 기념품 매장에서는 수도승복을 입고 야구 하는 신부 캐릭터 인기가 높다. 원래 샌디에이고를 비롯해 캘리포니아는 멕시코 땅이었기 때문에 타코나 나초 등 멕시코 음식을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홈구장 펫코파크 투어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홈구장인 ‘펫코파크(Petco Park)’는 올드타운 한복판에 있다. 도심에서 가까워 메이저리그 야구장 중 접근성과 시설 면에서 1위로 뽑힌 구장이다.
샌디에이고 시내 곳곳에서는 ‘하성 킴’의 얼굴이 플래카드로 걸려 있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원래 샌디에이고만 해변가에 있었는데 20년 전에 현재의 자리에 최신 시설로 다시 지었다. 건립 20주년을 맞은 펫코 파크는 경기가 없는 낮부터 구장을 둘러보는 사람들로 붐빈다.
구장 투어는 경기장 외야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빨간 벽돌 건물에서 표를 끊고 입장한다. ‘웨스턴 메탈 서플라이 컴퍼니(Western Metal Supply Co)’라고 쓰인 이 건물은 1909년 지어진 철강 회사 공장이었는데 펫코파크를 지을 때 헐지 않고 경기장 일부가 됐다.
최신식으로 지어진 야구장이지만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을 그대로 살림으로써 샌디에이고가 전통있는 팀이라는 사실을 알린다. 건물 한쪽 벽 모서리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홈런과 파울을 가르는 좌측 펜스 기둥으로 쓰인다.
오래된 건물을 부수지 않고 철제로 보강한 후 역사적인 유적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에서 전통을 중시하고, 보존하는 메이저리그의 문화를 알 수 있었다.
이 건물에는 관람객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바가 있고 연간 입장권(1만5000~5만 달러)을 구입한 VIP 관람객용 클럽하우스도 있다. VIP 클럽하우스에서는 선팅한 유리창 너머로 불펜투수들이 등판을 준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돈에 따라 서비스가 달라지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야구장 곳곳에는 ‘미스터 파드레스(Mr. Padres)’로 불렸던 토니 그윈(19번), 트레버 호프만(51번) 등 명예의 전당에 올라 영구 결번된 선수들의 글러브와 배트, 트로피 등이 전시돼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디렉터인 첼시 딜 씨는 “하성 킴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선수”라며 “공격과 수비에서도 너무 잘하고, 열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성 킴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기념품으로 선물해주기도 했다.
미식의 도시, 샌디에이고
샌디에이고에서는 한식, 일식 같은 아시아 음식까지 다양하게 퓨전으로 즐길 수 있다. ‘클록 앤 페탈(Cloak & Petal)’은 일식과 한식 요리를 내놓는 동양 퓨전 레스토랑이다. 화려한 벚꽃과 복숭아꽃으로 장식된 실내에는 젊은 힙스터가 넘쳐난다. 미국식 초밥인 캘리포니아롤 말고도 갈비와 삼겹살, 한국식 치킨도 있다.
셰프 로버트 카씨디 씨는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아버지는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다고 자기 가족을 소개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모든 요리는 어머니에게 배웠다”며 “샌디에이고는 멕시코 한국 일본 같은 다양한 음식 문화에 열려 있어 요리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얻을 수 있는 도시”라고 말했다.
‘푸에스토 인 헤드쿼터’는 오렌지색 파라솔 아래에서 정통 멕시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치킨과 랍스터, 새우, 생선(바하) 등이 들어간 다양한 타코와 패션프루트와 망고, 새우가 들어간 샐러드도 눈길을 끈다. 음료로는 멕시코에서 탄생한 칵테일인 ‘팔로마(Paloma)’가 대표 메뉴다. 데킬라 베이스로 하며, 자몽이 어울러진 롱 드링크 칵테일이다. 술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알콜 성분을 뺀 ‘목테일(Mocktail)’을 시킬 수 있다.
펫코파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올드 타운에 있는 마르가리타빌 호텔 샌디에이고는 로비에서 복도, 객실까지 모두 멕시코풍으로 꾸몄다.
멕시코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가 그린 짙은 눈썹의 자화상, 밀집으로 짠 모자와 접시, 원색으로 그린 앵무새 같은 인테리어 소품이 가득하다.
이 호텔 바 ‘랜드 샤크(Land Shark)’에서는 타코와 나초, 과카몰, 데킬라 같은 멕시코 음식과 술이 주메뉴다. 왜 이름이 ‘육지 상어’일까? 이 호텔 관계자는 “바에 죽치고 앉아 여성들을 호시탐탐 쳐다보는 상어 같은 남자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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