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데이비드 M 페냐구즈만 지음·김지원 옮김/296쪽·1만9800원·위즈덤하우스
키워 본 사람은 안다. 반려견도 꿈을 꾼다. 곤히 자다가 맛있는 간식을 먹는 듯 입맛을 다시고, 너른 운동장을 달리는 듯 다리를 신나게 구르기도 한다. 놀라지 않게 살포시 깨워 주고 싶을 만큼 슬프게 낑낑댈 때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서 동물권과 과학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동물도 사람처럼 꿈을 꿀까?’라는 질문에서 이 책을 시작했다. 저자는 전기생리학, 행동학, 신경해부학의 3개 범주에서 동물도 꿈을 꾼다는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예컨대 금화조(錦華鳥)가 깨어서 노래하는 동안 보이는 뇌 활동 패턴은 수면 상태의 일정 구간에서 보이는 패턴과 완벽히 일치한다. 꿈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또 수화를 배운 침팬지는 잠을 자면서 수화 손동작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동물이 꿈을 꾼다는 사실이 사람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짚어 나간다. 꿈을 꾼다는 것은 동물이 적극적으로 기억하고 상상하는 존재라는 증거다. 저자는 동물들의 꿈이 깨어 있을 때 경험한 그들의 관심, 호기심, 기쁨을 촉발하는 기분 좋은 것들에 관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린 시절 어미가 수렵꾼들에게 죽임을 당한 고릴라는 긴 세월이 지나서도 악몽을 꾼다는 연구도 있다. 동물의 꿈도 사람처럼 기억과 의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사람이 동물을 존중하고 ‘동료 생물’로 대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저자는 인류가 그동안 동물을 인간보다 하등한 존재로 여겼으나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한다. 동물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경험한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기억하는 생명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동물도 사람처럼 그들만의 방식을 갖춘 세상의 구성원이다. 저자는 그렇기에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동물을 소비할 음식, 착취할 노동력, 이용할 자원으로만 바라보면서 가하는 잔혹한 폭력이 그들의 의식 속에 깊은 고통으로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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