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을 지나가는 익명의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고, 나는 엑스트라일 뿐이라는 깨달음’(산더).
살다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한다. 이 순간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보다 마음속 감정과 연관될 때가 많다. 우리가 쓰는 언어는 단순하고 확실하며 말하기 쉬운 개념을 중심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새나 배를 가리키는 단어는 수천 개나 있지만 인간 경험의 미묘함을 포착하는 어휘는 초보적 단계에 머물렀다”는 저자는 일상에서 누구나 느끼는 아픔, 분위기, 충동, 혹은 기쁨을 새롭게 정의했다.
책 제목의 ‘슬픔’은 우리가 흔히 아는 기쁨의 반대말로서 ‘슬픔(sadness)’이 아니라 어원인 라틴어 ‘satis(충분한, 만족스러운)’의 의미를 살려 강렬한 경험으로 마음이 차오르는 순간을 뜻한다. 부정적 감정이 아닌 인생이 얼마나 찰나적이고 신비로운지 깨닫는 활기찬 솟구침이다.
저자는 이런 순간을 2009년부터 블로그를 통해 ‘이름 붙이기’ 했는데 책에서는 300여 개 단어를 만날 수 있다.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덴마크어부터 라틴어까지 넘나들며 책은 그간 우리의 사고를 제한했던 틀을 깨고자 노력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단어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더욱 즐거움을 느낀다. ‘맞아, 나도 이런 감정을 느꼈어’ 하고 공감하거나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 평범한 인간일 뿐임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 바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이유라고 말한다.
블로그에서 시작한 작업은 동명의 유튜브 계정으로도 이어졌고, ‘산더’를 주제로 한 영상은 142만 조회수를, ‘독창성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두려움’을 뜻하는 ‘베이모달렌’은 101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번역 불가능한 감정’은 없다며 감정으로 사람들을 연결시키려는 저자의 노력은 호응을 얻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