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퀘스트: 젊은 자연사학자의 지구 반대편 원정기/데이비드 애튼버러 지음·양병찬 옮김/496쪽·1만9500원·지오북
현대판 ‘비글호 항해기’(찰스 다윈)를 읽는 느낌이랄까. 해군 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남태평양 등을 탐험한 다윈처럼 저자는 20대 시절 파푸아뉴기니, 마다카스카르, 호주, 태평양 작은 섬 등을 누볐다. 영국 BBC 자연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유명한 그는 당시 방문한 탐방지의 생태계뿐 아니라 현지 주민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 등을 두루 책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지리학과 동물학을 전공한 후 BBC에서 ‘동물원 탐사(Zoo Quest)’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지구 곳곳을 누비며 생태계의 다양한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한 공로로 1985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파푸아뉴기니에 서식하는 ‘긴 부리 바늘두더지(Zaglossus attenboroughi)’ 등 생물 20여 종의 학명에 저자의 이름(attenborough)이 붙었을 정도로 왕성한 생물학 탐험을 벌였다.
파푸아뉴기니 원주민들에게 부의 상징이었던 화려한 깃털의 극락조, 마다가스카르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동물인 쥐여우원숭이와 텐렉, 통가 왕국 궁전에 있는 183세나 된 것으로 알려진 ‘투이 말릴로’라는 이름의 거북이 등 갖가지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렇다고 단순한 생물백과사전은 아니다. 배로 폭우를 뚫고 다음 목적지까지 가는 생생한 여정, 도착지 원주민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 원주민들이 물고기를 잡는 방법과 음식에 대한 태도까지 생생히 담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자연에 대한 묘사.
‘태양이 지평선의 바오바브나무 뒤로 떨어지고 붉게 타오르던 광선이 대부분의 열기를 잃었을 때, 하늘을 밝히고 호수의 물에 반짝이는 석양의 장관에 분홍색 홍학 떼가 오버랩되었다.’(2부 마다가스카르 동물 탐사 중)
TV 다큐멘터리 제작자 출신이라 그런지 책이 아니라 마치 ‘글로 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원제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주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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