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작품성과 배우들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한국에 오게 돼 정말 기쁩니다. 꿈이 이뤄지는 것 같아요.”
생애 첫 한국 여행에 나선 미국인 제브 라테트 씨(76)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Zev Does KDrama’를 운영 중인 라테트 씨는 가수 겸 배우인 아이유의 ‘찐팬’(진짜 팬)이다. 아이유 팬들의 도움으로 공식 팬클럽 ‘유애나’에도 가입해 ‘미국 유애나 할아버지’로 불린다.
20일 라테트 씨처럼 한국을 사랑하는 24개국 49명이 한국을 찾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24 한국 방문의 해’를 기념해 ‘코리아 인바이트 유’(KOREA invites U) 행사를 열었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전 세계 한국 ‘찐팬’들을 초대했다. 3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에 온 이들은 오는 24일까지 4박 5일간 서울, 부산, 전주 등을 관광한다.
본격적인 관광에 앞서 21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공식 환영행사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오색 궁중 잡채, 수삼 갈비찜 등 한식 코스를 즐기며 한국과 관련한 각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라테트 씨는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서 원래 2020년 한국에 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터져 아내와 상의 끝에 2024년에 떠나자고 논의했었다”며 “2025년 봄 이후에 다시 또 한국을 방문해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3개월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유애나에 어떻게 가입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 있나요?’(Does anyone know how i can join UAENA?)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아이유는 인스타그램에 라테트 씨의 유튜브 영상을 캡처해 올리며 “할아버지의 영상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요. 미국에서 열릴 제 공연에 초청하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실제로 아이유는 미국 콘서트에 라테트 씨를 초대할 예정이다.
라테트 씨의 절절한 한국 사랑에 감동한 한국관광공사는 그를 초청했다. 라테트 씨는 “특별한 언어인 한국어를 하는 한국 사람들 사이에 있을 기회라서 매우 기쁘다”며 “집에서 해물순두부찌개 등 한국 음식도 즐겨 만들어 먹는다”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크게 드러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건축도 보고 싶다. 노상 포장마차에 앉아 매운 음식을 먹고 소주로 씻어내고 싶다”며 “특히 한국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다. 한국의 웨딩드레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일 독립운동을 한 한국인 증조부를 둔 쿠바 출신 넬슨 씨(38)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장했다. 한국의 매력을 쿠바에 소개하고 싶다. 그게 내가 한국에 온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쿠바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으로 암을 극복했다는 코스타리카에서 온 조르지아나 씨(44)는 “한국에 와서 K뷰티나 음식뿐 아니라 리그 오브 레전드(lol)도 즐긴다”며 “이를 틱톡이나 유튜브에 올릴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남미에 한국 문화를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룹 아이콘의 남미 지역 팬클럽 회장이기도 하다.
필리핀 유명 코미디언 겸 배우인 멜라이 칸티베로스 프란시스코 씨(36)는 이날 방한가족여행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남편·두 딸과 한국을 찾은 그는 “홍보대사로서 필리핀 사람들에게 한국이 얼마나 훌륭한지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영식 이후 참가자들은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스튜디오에서 K팝 댄스를 배웠다. 안무가 최영준 씨가 그룹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동작을 가르쳤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영국의 베키 씨(31)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이 노래를 들었지만 춤을 춰본 적은 없었다”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 즐겁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춤을 배운 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치킨집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겼다. 이들은 ‘건배’ ‘위하여’ 등을 외치며 잔을 부딪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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