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 노래’ ‘농무’ 신경림 시인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2일 11시 23분


‘가난한 사랑노래’ 출간 25주년 맞아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신경림 시인. 동아일보DB
시 ‘농무’와 ‘가난한 사랑 노래’ 등을 쓴 신경림 시인(본명 신응식)이 22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193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동국대 영문과 2학년 재학 중인 1956년 시 ‘낮달’을 발표하며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낙향해 한동안 농사를 짓는 등 긴 공백기를 갖다 1965년 상경해 농촌의 정서를 듬뿍 담아낸 대표작 ‘농무’를 1973년 발표했다. 그의 생애 첫 시집으로 2년 뒤 ‘창비시선’ 1권으로 나왔다. 한창 산업화가 진행 중이던 1970년대 문단을 휩쓸던 모더니즘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농촌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농무’는 10만 권 넘게 팔리며 창비시선이 지속적으로 발간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이어 ‘새재’(1979년), ‘달 넘세’(1985년), ‘남한강’(1987년), ‘가난한 사랑노래’(1988년), ‘길’(1990년), ‘쓰러진 자의 꿈’(1993년),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98년), ‘목계장터’(1999년), ‘뿔’(2002년), ‘신경림 시전집’(2004년), ‘낙타’(2008년) 등의 시집을 펴냈다. 이 중 ‘농무’와 ‘가난한 사랑 노래’, ‘목계장터’ 등이 초중고 교과서에 수록됐다. 농촌에서 삶의 현장에 기반해 농민의 고달픔과 의지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생전 타인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고인은 한일 문학교류에도 적극 나섰다. 2015년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와 6개월간 주고받은 대시를 엮어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했다.

어린 시절 일화를 비롯해 절친이던 천상병, 김관식 시인과의 에피소드 등을 담은 에세이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2009년)를 남겼다.

고인은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1981년 제8회 한국문학작가상, 1990년 제2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1991년 민족문학작가회 회장과 민족예술인총연합회 공동의장을 지냈다. 2001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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