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정희원, 전현우 지음/228쪽·1만7800원·김영사
“지옥철, 꽉 막힌 도로, 출퇴근 전쟁, 그럼에도 우리는 왜 거대도시로 이동할까”
많은 현대인이 이동 문제로 고통받고, 건강까지 나빠져 괴로워한다. 교통철학자 전현우와 노년의학자 정희원은 도시인들의 이동에 여러 의문을 품으며 건강하고 행복한 이동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머리를 맞댔다.
대부분의 도시인은 긴 이동시간을 지옥철 안에서 견디면서 살거나, 아니면 조금이라도 교통이 편한 곳에서 살기 위해 매우 비싼 집값을 감당해야 한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면서 차량 정체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몸소 경험한 저자들은 ‘이동’의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아홉 가지 주제로 편지를 주고받는다. 각자가 늘 겪는 출퇴근길을 직시하는 것으로 시작해 ‘이동성과 삶의 문제’ ‘환상을 파는 자동차 산업’ ‘철도의 결핍’ ‘거대도시 속에서 걷기’ ‘비행기 여행’ 등 우리 삶의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대중교통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 기후 위기 속 이동이 나아가야 할 미래까지 그려본다.
우리의 이동을 바라보자. 차는 정체에 묶이고 몸은 좁은 공간에 묶인다. 지하철은 움직이지만, 그 안에 가득 찬 사람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차량 안에 갇혀 있다. 정희원은 “사람은 움직이도록 설계됐는데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묶여 있으면 다리가 부어오르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근력과 이동력은 장기간 사용하지 못하면 점차 건강을 잃고 관절은 굳어간다. 만성적인 이동의 고통에 시달리면 우리의 건강은 서서히 악화된다”며 수백만 한국인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통 문제가 해결된다면 많은 사람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질 것이며, 예방할 수 있는 질환도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당장은 돈이 되지 않더라도 멀리 보면 큰돈을 아끼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교통지옥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도시와 철도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전현우는 교통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정책적 의사결정과 현명한 자원분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정부와 기업을 향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 동네 차 없는 날’을 만들어 보는 것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건의하고 ‘자동차 지배’를 벗어날 방안을 정부에 적극 요구하자고 제안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동’을 주제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두 저자의 대담이 실렸다. 단순히 붐비고 막히는 교통 문제를 넘어 도시와 환경, 삶의 질 그리고 이동성과의 관계를 의학과 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본 내용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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