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1676∼1759)이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에 수록한 ‘광진(廣津)’과 ‘송파진(松坡津)’, ‘동작진(銅雀津)’, ‘양화환도(楊花喚渡)’는 18세기 한강의 포구들을 묘사한 그림이다. 당시 한강은 조세와 물산을 실어 나르는 주요 교통로였기에 해당 포구의 경제·사회적 중요성은 매우 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겸재가 그린 해당 포구들에 현재 광진교, 동작대교, 양화대교 등 주요 다리들이 놓여져 서울 곳곳의 교통과 물류를 잇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한강을 중심으로 한 인문지리적 환경은 맥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조선사 전공자로 건국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서울이 한 나라의 수도가 된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 내력을 마치 자서전처럼 써 내려갔다. 사람의 탄생과 성장, 고난을 그리듯 조선 건국에 따른 한양 천도부터 일제 침탈에 이르기까지 서울 600년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엮었다.
조선의 중흥을 이끈 철인군주 정조대에 이르러서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융릉)를 참배하기 위해 한강 위에 배다리를 놓은 용산∼노량진을 다룬다. 정조는 배들을 이어 붙일 수 있는 장소로 수심과 강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용산∼노량진 구간을 택했는데, 1900년 최초의 근대식 철교인 ‘한강철교’가 이곳에 들어선 건 우연이 아니었다.
부제 ‘조선의 눈으로 걷다’가 시사하듯 저자는 “독자들이 책에 소개된 장소들을 직접 탐방하면서 역사의 향기를 체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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