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 거장들이 디자인한 옷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RSVP: 위대한 유산으로의 초대’전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 8월 4일까지 진행된다. 이랜드뮤지엄(대표 한우석)과 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이경돈)이 마련했다. 이랜드뮤지엄이 보유한 50여만 점의 소장품 가운데 세계 패션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디자이너 21명의 작품 및 스케치 등 관련 자료 87점을 만날 수 있다. 무료.
전시장에 들어서면 ‘모스키노 칩앤시크, 아트 이즈 러브(Art is Love)’ 드레스(1993년)가 먼저 관객을 맞는다. 프랑코 모스키노가 자신의 칩앤시크 레이블에서 내놓은 드레스로, 이브 생 로랑이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1965년 선보인 몬드리안 드레스를 오마주한 것이다.
앤디 워홀의 더 수퍼 드레스(The Souper Dress, 1968년)는 친숙하게 다가온다. 워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캠벨 수프’를 모티브로 만든 종이 드레스다. 일회용품이 인기를 끌 당시, 캠벨 수프 컴퍼니는 한 번 입고 버리는 옷으로 캠벨 수프를 활용해 종이로 드레스를 만들어 나눠줬다. 워홀은 “패션은 예술보다 더 예술에 가깝다”며 자신의 팝아트 작품이 프린팅된 맞춤 드레스를 사교계 인사들에게 제작해줬다.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만든 파코 라반의 ‘입을 수 없는 드레스’ 세 점도 있다. 철로 만든 ‘메탈 판초’(1970년), 둥근 디스크 모양을 엮은 ‘디스크 드레스’(1960년대), 플라스틱 조각으로 구성된 ‘블랙 플라스틱 드레스’(1998년)다. 서영희 이랜드뮤지엄 전시총괄이사는 “옷의 소재에 대한 경계를 넘어 사회의 변화를 담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맥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컬렉션의 드레스인 디지털 프린트 오간자 드레스(2010년)는 빙하가 녹은 해저를 배경으로 파충류를 연상시키는 문양으로 채워져 강렬하다. 크리스탈 프린트 드레스(2009년), 에펠탑 프린트 드레스(2009년)는 탁월한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자신을 후원한 절친인 보그 편집장 출신 이자벨라 블로우를 추모하며 기획한 ‘2008 S/S ’La Dame Bleue’ 컬렉션 초대장도 있다.
카스텔바작의 ‘키스 해링 질레’(1990년대)에는 키스 해링의 마지막 드로잉 작품이 담겼다. 카스텔바작은 키스 해링에게 1990년 겨울콜렉션 초대장을 스케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키스 해링은 얼마 뒤 숨졌고, 카스텔바작은 사흘 후 초대장 스케치가 든 등기 편지를 받는다. 거기엔 키스 해링의 대표작 ‘빛나는 아기’ 그림이 있었다. 검은 색 바탕에 흰색 세로 줄무늬로 된 옷에는 빨간색 실로 ‘빛나는 아기’가 수놓아져 있다. 모피에 반대했던 카스텔바작이 테디베어 40마리를 활용해 만든 재킷(1989년)도 눈길을 끈다.
비잔틴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샤넬 골드 재킷(1996년)은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했다. 밝은 금빛이 눈부시게 화려하다. 이세이 미야케의 비행 접시 드레스(1994년)는 흥미롭다. 드레스와 이어져 바닥으로 길게 펼쳐진 부분은 머리에 쓸 수 있는 로브도 된다. 검은색과 흰색을 활용한 존 갈리아노의 ‘플래드 드레스’(2000년)도 있다. 티에리 뮈글러의 ‘골드 시퀸 드레스’(1986년)는 팝가수 마돈나가 1986년 12월 ‘라이프’ 매거진 표지를 장식했을 때 입었다. 스테판 롤랑이 장 루이 셰레 브랜드에서 디자인한 레드 이브닝 가운(2000년대)은 우아한 곡선을 활용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