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수상작 ‘존 오브…’ 내달 5일 개봉
아우슈비츠 소장家 풍족한 삶 그려
학살 가해자의 평범한 얼굴 드러내
홀로코스트의 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은 첫 화면부터 비껴간다.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 초록색 풀숲 사이로 속옷만 입은 아이들이 물장구를 친다. 지켜보던 부모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아,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지.’ 그러나 가족의 쾌적하고 풍족한 일상은 이내 그 자체로 역겨운 것이 된다. 다정한 아빠는 아우슈비츠의 소장이고, 이들이 사는 곳은 아우슈비츠와 담장을 마주한 나치당원 사택이기 때문. 실제 아우슈비츠 소장이었던 루돌프 회스와 그 가족들의 평범한 모습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피부에 더욱 와 닿도록 표현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영화는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음향상과 제7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홀로코스트 영화지만 감금된 유대인의 모습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따금 들려오는 총성이나 비명소리, 시체를 소각하면서 나는 연기와 뼛가루로만 담장 너머에 ‘지옥’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영화는 대신 담장 밖 아름다운 주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회스 가족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너무나 평범한데 보노라면 불편해진다.
백미는 음향이다. 아우슈비츠 내부 소리가 영화 곳곳에 들릴 듯 말 듯하게 깔려 있어 화면은 아름다운데 사운드는 기괴한, 무엇인가 잘못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 뒤틀린 현실에 대한 영화적 표현이다.
영화는 ‘섹시 비스트’(2000년), ‘언더 더 스킨’(2014년)의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 실제 회스 가족의 집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버려진 건물을 섭외해 당시 이 가족들이 살던 집의 도면 그대로 현장을 구현했다. 촬영 장소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바깥에서는 잘 안 보이도록 숨겼다. 실제 생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화면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글레이저 감독은 “학살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며 괴물이라고 여기는 건 너무 쉽다. 그들을 악랄하게만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평범함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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