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 첫 창극 ‘만신…’ 내달 공연
“美 원주민-아마존 부족-전쟁 아픔
판소리에 각국 토속음악 더해 표현”
리투아니아계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국내 1세대 음악감독 박칼린(사진).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낸 그는 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돌아온 뒤부턴 국악 작곡을 공부했다. 판소리 명창 박동진에게 직접 소리도 배웠다. 외가에선 대대로 ‘샤먼’의 피가 흘렀다. 그러나 그가 이름을 떨친 건 국악계도 굿판도 아닌 뮤지컬 시장이었다.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의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박칼린이 처음으로 창극 연출에 나선다. 국립창극단이 다음 달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창극 ‘만신: 페이퍼 샤먼’을 통해서다.
박 연출가는 “예민함을 타고난 주인공이 사람과 자연에 보탬이 되고자 굿을 하며 수많은 넋을 달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극작과 연출, 음악감독을 겸한 그는 “세계 각지에서 전쟁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영혼을 달래주고 싶어 만신(萬神)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했다.
작품은 소녀 ‘실’이 내림굿을 받은 뒤 세계 5개 대륙의 샤먼을 만나 세계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한국은 물론이고 서부 개척 시대에 희생당한 미국 원주민, 열대우림 파괴로 집을 잃은 아마존 부족 등 곳곳의 아픔이 등장한다. 국립창극단 모든 단원이 출연하며 ‘실’ 역은 소리꾼 김우정과 박경민이 연기한다.
작창은 국립창극단 단장 출신인 안숙선 명창이 맡았다. 창극단 간판 소리꾼 유태평양이 작창을 보조했다. 음악은 판소리와 민요, 민속악에 무가(巫歌)를 더해 만들었다. ‘실’이 오대륙 샤먼을 만나고부터는 세계 각지의 토속음악이 가미된다. 유태평양은 “아프리카, 아마존 등지의 토속음악을 조사하면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3박 계열 리듬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토속음악을 살짝 변형해 우리 전통 선율을 얹고, 국악기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는 약 4m 높이의 나무와 언덕, 개울 등을 설치해 북유럽 숲부터 한국의 작은 마을, 아프리카 해변까지 오간다. 굿에 사용되는 일부 무구(巫具)는 종이로 제작된다. 박 연출가는 “종이는 자연에서 오고, 역사를 써 넣을 수 있다. 운명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엇갈린다는 의미를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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