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방위비분담협상 이끈 저자
정치적 행보-재집권 전략 등 분석
“제조업 재건 호응해 협력 유도를”
◇트럼프의 귀환/조병제 지음/300쪽·2만 원·월요일의 꿈
“어마어마하게 많은 카메라가 있었어요. 그것도 모두 공짜였죠. 6억 달러의 무료 기사를 번 것이지요.”
2019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무슨 일이 있었냐는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엉뚱해 보이는 답변이지만 저자는 트럼프의 특징을 잘 요약해주는 장면이라고 분석한다. 자아도취, 돈, 과시 욕구 등 트럼프를 구성하는 핵심 키워드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국정을 운영할 때도 고스란히 이 같은 특징을 드러냈다.
미국 정치의 이단아이자 연말로 다가오는 미 대선의 유력 주자인 트럼프의 특징과 정치적 행보, 재집권 전략 등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외교부 북미국장,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표 등을 역임한 미국통 외교관 출신으로,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은 1기 집권 때와 달라진 트럼프 현상을 주목한다. 2016년 트럼프는 이란 핵협정 탈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이민 통제 등 대외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반면 이번에는 가짜뉴스, 딥스테이트(숨은 권력집단), 민주당 등 국내 정적(政敵)에 대한 공격에 힘을 쏟고 있다. 저자는 트럼프가 1차 행정부 때 국내 저항 세력 때문에 자신의 ‘마가’(MAGA·미국을 위대하게) 의제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2016년과 달리 이번에는 집권을 대비한 치밀한 로드맵을 가동시키고 있다면서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속도감 있게 각종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저자는 트럼프가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제조업 재건’과 ‘해외 개입 축소’를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이를 전략적으로 접근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모든 것을 거래적으로 접근하고, 현실적으로 판단하며 직설적인 트럼프의 특징을 고려해 미국의 제조업 재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대신 미래 첨단산업에서 미국의 과감한 협력을 얻어내는 등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일탈’이 아니라 지속성을 가진 현상”이라는 저자의 분석처럼 어느덧 현실로 다가온 트럼프의 귀환에 앞서 우리가 대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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