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ID 하나만 있으면.
때는 2013년 10월, 나희선 씨는 구글 계정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유튜브’라는 곳에 영상을 올리면 세계인이 보는 콘텐츠를 만들어 올릴 수 있으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유튜브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1억 회의 조회수를 올린 플랫폼’ 정도로 여겨졌으니, 나름 참신한 시도였습니다. ‘일단 1000명만 모아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채널 이름은 ‘도티TV’였습니다.
시트콤처럼 기승전결을 갖춘 게임 콘텐츠에 아이들이 열광했습니다. 하루에 구독자가 4000명씩 늘었습니다. 2017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존경하는 인물’ 설문에서 그는 김연아, 유재석, 세종대왕에 이어 4위를 차지했습니다. 2018년에는 국내 게임 유튜버 중 처음으로 구독자 200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11년간 그의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은 3400여 개, 누적 조회수는 28억 회에 달합니다.
그러나 그는 의외로 ‘멈춤의 미학’을 말합니다. “멈출 줄 알아야 넘어지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걸 멈춰 선 뒤에야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유튜버 도티’가 아닌 ‘인간 나희선’의 내면에 더 귀 기울이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구독자 20만 명을 달성하며 한창 ‘초통령’의 입지를 다지고 있던 1년 차 유튜버 도티는 2014년 10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기획사 ‘샌드박스네트워크’를 차렸습니다. 지금은 국내에만 40여 개의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이 있지만, 당시엔 CJ E&M이 차린 MCN인 DIA TV가 유일했습니다. 샌드박스는 빠니보틀, 곽튜브, 조나단, 떵개떵 등 330여 명의 인기 크리에이터가 소속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유튜버로, 또 MCN의 창업가이자 대표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 그는 돌연 ‘휴식’에 들어갑니다. 국내 게임 유튜버 중 최초로 200만 구독자를 달성한 2018년이었습니다. 한 달 뒤 활동을 재개했지만, 2019년 3월 ‘도티 TV’ 전면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초통령’, ‘250만 유튜버’ 등 화려한 수식어가 달리는 ‘도티’와, 인간 ‘나희선’의 간극이 그를 집어삼킨 터였습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의 긴 터널을 지나온 그는 ‘숫자’에 매몰된 유튜버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유튜버 도티가 아닌 ‘인간 나희선’을 돌아보는 시간 동안 그는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것에 주저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모교인 연세대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고, 자작랩으로 엠넷 ‘쇼미 더 머니’에 지원했습니다. 월드비전 홍보대사로 아프리카의 난민촌을 방문해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유튜버 도티’와 ‘인간 나희선’의 밸런스를 맞춰 나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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