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추구’ 정반대로 바라본 공자와 소크라테스

  • 주간동아
  • 입력 2024년 6월 2일 09시 42분


[돈의 심리] 공자는 ‘소인배’, 소크라테스는 ‘좋은 것’으로 인식

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익·이득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돈,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볼까. 일단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은 돈 이외에 다른 가치에 중점을 두는 사람보다 수준이 낮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동양의 고전 ‘논어’ 이인편(里仁篇)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子曰 君子 喩於義 小人 喩於利(자왈 군자 유어의 소인 유어리).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


군자는 훌륭한 사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간상이고 소인은 그야말로 소인배다. 이익을 좋아하고 중요시하는 이는 수준이 낮은 사람이고 바르지 못한 길을 가는 사람이다.

또 이런 말도 나온다.

子曰 放於利而行 多怨(자왈 방어이이행 다원).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다른 사람에게 원망을 많이 받는다.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을 소인배 취급한 공자(왼쪽). 소크라테스는 이익 추구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봤다. [GETTYIMAGES]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을 소인배 취급한 공자(왼쪽). 소크라테스는 이익 추구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봤다. [GETTYIMAGES]

이익 추구를 부정적으로 본 공자

이익을 추구하면 다른 이들의 원망을 많이 받는다. 다른 이의 원망을 많이 받는다는 말은 다른 이들로부터 비난을 사게 된다는 뜻이다. 비난을 많이 받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는 없다. 이익을 추구하는 자는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사람이다.

공자의 논어는 사서삼경 중 하나로 조선시대에는 누구나 익혀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책이었다. 이런 논어의 사고방식에 익숙한 우리는 이익을 사랑하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익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사람은 이류·삼류 인간이다. 그야말로 소인배다.

동양의 사상적 전통이라 할 수 있는 논어에서는 이렇게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본다. 그렇다면 서양의 사상적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을 어떻게 봤을까. 플라톤의 책 ‘히파르코스’는 “이득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주제로 한 소크라테스와 어떤 학우 간 대화록이다. 히파르코스는 “이익을 사랑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이익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익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인식은 동양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익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리석다. 사악한 악당이다”라는 게 첫인상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

“누구나 손실을 입는 것을 싫어한다. 손실을 보는 것은 나쁜 일이다. 손실의 반대는 이익이다. 그러면 이익은 좋은 것이다. 따라서 이익을 사랑하는 사람은 좋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말에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손실은 나쁘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분명하다. 손실의 반대가 이익이라는 것도 맞다. 하지만 싫어한다는 것의 반대말이 꼭 좋아한다는 것일 수는 없다. 싫어하지 않는 것, 아무 생각 없는 것이 싫어한다는 것의 반대말일 수도 있지 않나. 물론 그렇다고 소크라테스의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게 좋은 일이 아닐 수는 있지만, 최소한 이익을 추구하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소크라테스, 이익 추구는 본성

소크라테스는 계속 대화하면서 그 나름 대답을 찾아가다가 이렇게 결론을 낸다.

“사람들은 좋은 것은 사랑하고 나쁜 것은 미워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이익을 좋아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대화 상대방인 학우는 이런 소크라테스의 결론에 반론을 제기한다.

“이익을 보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이익이라고 모두 똑같은 이익이 아니다. 좋은 이익이 있고 나쁜 이익이 있다. 좋은 이익을 추구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쁜 이익을 추구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다시 논증을 시작한다. 나쁜 이익을 추구하는 건 안 좋은 일이라고 하는데, 나쁜 이익이라는 게 과연 무엇일까. 겉으로는 이익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이익이 아니라 손해인 게 나쁜 이익이다. 또 지금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결국에는 손실을 보는 게 나쁜 이익이다. 즉 나쁜 이익은 실제로는 이익이 아니라 손실인 경우다. 실제로는 손실인데, 그걸 알지 못하고 이익으로 생각하는 게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나쁜 이익이다. 이건 이익을 추구하는 게 나쁘다는 것과는 상관없다. 손실을 이익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게 문제인 것이다. 무엇이 이익이고 무엇이 손실인지 잘 구별하지 못하는 무지의 문제일 뿐이다. 이익은 좋은 것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건 좋은 일이라는 앞의 결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더 나아가 소크라테스는 안 좋은 이익이라 해도 좋은 이익보다 더 나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먹을거리에는 좋은 먹을거리와 안 좋은 먹을거리가 있다. 하지만 먹을거리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좋은 먹을거리는 먹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다. 그렇다고 안 좋은 먹을거리를 먹는 사람이 괴로움을 받는 건 아니다. 안 좋은 먹을거리를 먹는 사람도 충분히 즐거움을 누린다. 마실 것도 마찬가지다. 좋은 마실 것과 안 좋은 마실 것이 있다. 하지만 마실 것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고, 어떤 것이든 마시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익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익에 훌륭한 이익과 안 좋은 이익이 있다고 하자. 이때 훌륭한 이익을 얻은 사람이 안 좋은 이익을 얻은 사람보다 더 나은가. 안 좋은 이익이 나쁜 이익, 그러니까 실제로는 손실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안 좋은 이익이 손실이 아니라, 단지 질적으로 훌륭한 이익보다 못한 이익이라면 안 좋은 이익이라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 좋은 먹을거리, 좋은 마실 것을 두고 안 좋은 먹을거리, 안 좋은 마실 것을 즐기는 일과 유사한 샘이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는다.

“모든 이익은 크든 작든 좋은 것이다.”

그리고 이익을 사랑하는 사람,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렇게 판단한다.

“훌륭한 사람은 훌륭한 것을 원한다. 그런데 사악한 사람도 크든 작든 이익을 사랑한다. 즉 모든 사람은 좋은 이익이든 안 좋은 이익이든 이익을 사랑한다. 따라서 이익을 사랑한다고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 비판하는 사람도 사실은 이익을 사랑하니까.”

어떤 사람은 이익을 사랑하고 어떤 사람은 이익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익을 사랑하는 사람이 비판받을 수 있다. 이익을 사랑하는 사람이 잘못된 가치를 추구한다거나, 방법이 잘못됐다거나, 자제심이 없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이익을 사랑한다면 이때는 이익을 사랑하는 사람을 비판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건 본성인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동양 고전인 공자의 논어에서는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을 소인배라고 본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이익을 추구하는 건 훌륭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동일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익을 추구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더 나아가 손실은 나쁘고 이익은 좋은 것이니,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본다.

선택 문제

누구의 의견이 더 나을까. 어떤 사람은 공자의 말을 더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소크라테스를 더 좋아할 테다. 정답은 없고,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것이다. 내 경우에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더 와 닿는다. 논어에서는 이익을 추구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군자와 소인으로 인간을 나눈다. 인간에 계층을 둔 뒤 상위 인간과 하위 인간을 구분한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좋은 이익을 추구하든, 나쁜 이익을 추구하든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본다. 사람을 평등하게 보고, 어떤 이익을 추구하느냐는 본인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 나쁜 이익을 추구하는 건 그 사람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단지 잘 알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나는 손해 보는 걸 싫어하고 이익 보는 걸 좋아한다. 논어를 따르면 나는 소인배이고,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나는 보통 인간일 뿐이다. 소인배가 되지 않기 위해 나로서는 소크라테스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42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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