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불교미술전 ‘연꽃처럼’
‘이건희 컬렉션’ 포함 걸작품 92점
“한곳서 보기 힘든 명품들 장관”
4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회 현장.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 어둠이 내린 전시장 한쪽에 밝은 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머리에는 부처를 모신 보관을 쓰고, 왼손에는 정병을 든 높이 27cm의 관음보살상은 얼굴 전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한 관람객은 미소가 전해주는 감동 때문인지 미동조차 없이 불상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해외 개인 소장가로부터 대여받아온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일반에 최초로 공개되는 백제시대 국보급 작품이다.
16일 폐막을 앞둔 ‘연꽃처럼’은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기획전이다. 지난해 리노베이션을 마친 호암미술관의 첫 고미술 기획전이자 한중일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주제로 조명한 세계 최초의 전시다. 3월 27일 개막 이후 지난달 말까지 6만 명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생전 수집한 ‘이건희 컬렉션’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의 26개 컬렉션의 불교미술 걸작품 92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중 한국에 처음 들어온 작품은 47건이다. 전 세계에 단 6점만이 남아 있는 고려시대 국보급 작품인 ‘나전 국당초문 경함’과 이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도 전시됐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등 4점도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이데 세이노스케(井手誠之輔) 일본 규슈대 교수는 “귀중한 작품들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재회해 한자리에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었다”며 “연구자들의 염원을 이뤄 준 전시회”라고 평가했다.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곳에서 보기 힘든 불교미술의 명품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과 이 선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3대로 이어지는 삼성가의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이 한데 모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대회장의 기증품이 창업회장이 만든 미술관에 돌아와 세계적인 작품들과 함께 선 기획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이 회장은 주요 외빈들과 이번 전시를 5번이나 관람했다. 이 회장은 일행들에게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을 확대해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돋보기를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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