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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선별한 여행지
1. 이재용 회장도 5번 찾은 이 전시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562번길 38, 호암미술관)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은 2023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이후 처음 열리는 고미술 기획전입니다.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 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본격 조명했다는 점도 뜻깊습니다. 벌써 6만 명이나 찾은 이번 전시는 6월 16일까지 이어집니다. 호암미술관 측은 “사회적, 제도적 차별에 얽매이지 않고 깨달음을 향한 실천을 이어갔던 맑은 믿음의 여성들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합니다.
2. 1년에 딱 2주, 6월 9일까지만 개방하는 전시관 (강원 양구군 펀치볼로 916-70, 국립DMZ자생식물원)
강원 양구군에 있는 국립DMZ식물원은 연중 상시 개방이지만, 식물원 내 ‘북방계 식물 전시원’은 6월 9일까지만 개방합니다. 이곳을 찾은 김선미 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근 DMZ펀치볼둘레길, 대암산 용늪, 두타연에도 야생의 위로가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우리 식물을 참 많이 만났다. 시야를 넓혀서 걷다가 몸을 낮추고 겸손하게 들여다봐야 가능한 만남이었다. 허둥지둥 앞만 보고 가서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3. 6일부터 13일까지 ‘강릉단오제’ (강원 강릉시 단오장길 1 강릉단오제전수교육관)
음력 5월 5일 단오는 설, 한식,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 하나죠. 매해 강릉에선 단오를 맞아 제례와 굿판, 난장 행사를 풍성하게 엽니다. 바로 강릉단오제입니다. 올해도 국가 지정 문화행사와 불꽃놀이, 춤극을 포함해 총 64개 행사가 열립니다. 수준 높은 전통 행사를 강릉에서 만나보시죠.
4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회 현장.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 어둠이 내린 전시장 한쪽에 밝은 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머리에는 부처를 모신 보관을 쓰고, 왼손에는 정병을 든 높이 27cm의 관음보살상은 얼굴 전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한 관람객은 미소가 전해주는 감동 때문인지 미동조차 없이 불상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해외 개인 소장가로부터 대여받아온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일반에 최초로 공개되는 백제시대 국보급 작품이다.
16일 폐막을 앞둔 ‘연꽃처럼’은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기획전이다. 지난해 리노베이션을 마친 호암미술관의 첫 고미술 기획전이자 한중일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주제로 조명한 세계 최초의 전시다. 3월 27일 개막 이후 지난달 말까지 6만 명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생전 수집한 ‘이건희 컬렉션’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의 26개 컬렉션의 불교미술 걸작품 92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중 한국에 처음 들어온 작품은 47건이다. 전 세계에 단 6점만이 남아 있는 고려시대 국보급 작품인 ‘나전 국당초문 경함’과 이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도 전시됐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등 4점도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난생처음 보는 식물이었다. 흰색 떡고물을 열매에 보슬보슬 버무려 빚은 듯했다. ‘백두산떡쑥’이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이곳은 강원 양구군 해안면에 2016년 문을 연 국립DMZ자생식물원. 이 식물원은 9개 주제 원(園) 중 백두산떡쑥 등이 있는 북방계식물 전시원을 1년에 딱 2주간, 5월 말에서 6월 초(올해는 9일까지)에만 개방한다. 진귀한 우리 식물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다.
인근 DMZ펀치볼둘레길, 대암산 용늪, 두타연에도 야생의 위로가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우리 식물을 참 많이 만났다. 시야를 넓혀서 걷다가 몸을 낮추고 겸손하게 들여다봐야 가능한 만남이었다. 허둥지둥 앞만 보고 가서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시 ‘풀꽃’에서 읊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른 오전 국립DMZ자생식물원에 도착하자 서늘한 기운이 몸을 파고들었다. 해발 670m에 자리 잡은 국내 최북단 식물원답다. 댕강나무들의 달콤한 꽃향기를 거쳐 전망대에 이르자 펀치볼이 시야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휴전선과 맞닿은 우리나라 최대 분지로 6·25전쟁 당시 유엔군이 펀치볼(punch bowl, 화채 그릇)처럼 생겼다고 이름을 붙였다. 처절했던 전쟁의 아픔을 지닌 이 침식분지는 종전 후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지정돼 생태계 고유 모습을 간직하게 됐다. 직선거리로 약 7km 떨어진 북한 매봉이 가칠봉과 을지전망대 사이로 손에 닿을 듯 보인다. 저 북녘땅에 사람이 살고, 우리 식물도 산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인 ‘강릉단오제’가 6일 강원 강릉시 남대천 행사장에서 막이 올라 13일까지 열린다.
올해 강릉단오제의 주제는 ‘솟아라 단오’. 1000년을 이어온 강릉단오제를 통해 시민들의 희망이 솟기를 바라는 마음, 전 세계에 대한민국과 강릉을 알릴 수 있는 강릉단오제의 위상이 솟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2024 강릉단오제는 전통문화의 정수인 ‘제례’, 신과 사람이 소통하는 ‘굿판’, 국가 지정 문화재 행사, 시민참여 행사, 민속놀이 등 12개 분야 6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또 전국 최대 규모의 난장이 열려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3박자를 골고루 갖췄다.
4일 강릉단오제위원회에 따르면 올해는 공연 규모와 시민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등 예년에 비해 큰 변화를 꾀했다. 대도호부관아에서 성내동광장까지 행진을 하는 ‘신통대길 길놀이’는 지난해 26개 팀에서 올해 33개 팀으로 늘어났다. 말레이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 해외 공연단의 무대가 펼쳐지고 영산홍 챌린지 수상자들과 지역 예술인들이 펼치는 영산홍콘서트가 단오장에 처음 초대됐다. 한복 입기를 유도하기 위한 드레스코드제 시행, 투호대회 학생 참여 확대, 스탬프 랠리 확대, 단오 단장하기 체험 신설 등을 통해 시민 참여 기회를 크게 늘린 것도 특징이다. 사전 홍보도 강화해 전국단오제연합이 지난달 2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합동 홍보전을 가졌고, 강릉단오제 홍보단인 ‘딴따라’가 강릉 도심 곳곳을 누비며 거리 홍보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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