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소극장 플레이맥. 어둑한 극장 안으로 들어가자 베토벤의 음악이 나지막이 깔리고 있었다. 좌석에 앉으니 차분해진다. 도시의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도 눈을 감고 음악 자체에 집중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힐링 타임’을 즐기는 듯했다.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속도를 늦추는 공간을 사람들이 부러 찾고 있다. 소극장은 음악감상실로 바꿨고, ‘대화 금지’를 앞세운 ‘침묵 카페’ 등도 인기다.
마포아트센터는 지난달 29일 도심 속 음악감상실인 ‘음악 공간: 플레이 리스트’를 선보였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개방된 소극장에서 DJ가 선곡한 음악을 누구나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 정해진 시간 내에 자유롭게 입퇴장이 가능하고 좌석도 자율 착석제지만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음악을 들으며 홀로 사색할 수 있도록 다른 관객과 자리를 띄어 앉아야 하는 것. ‘러브 아다지오, 죽음 같은 사랑’을 주제로 진행한 클래식 음악 감상 1회차에선 신청자 40여 명이 자유롭게 음악을 감상하고 돌아갔다. 6월에는 ‘흔들리는 사람들 스윙과 블루노트, 재즈’란 주제로 26일 감상회를 열 예정이다.
꽉 막힌 박스형 공연장이 아닌 한강공원 잔디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클래식 악기의 선율을 듣는 공연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7, 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멀티플라자 이벤트광장에서 ‘강변음악회’를 연다. 2000석 규모의 야외 객석엔 누구나 선착순으로 앉을 수 있고, 좌석이 없더라도 무대 주변 잔디밭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E.T.’ ‘미션’ 삽입곡 등 대중에게 친숙한 음악을 선보인다.
MZ세대 사이에선 ‘대화 금지’ 카페와 바(Bar)도 인기다. 을지로, 성수동 등 젊은 층이 몰리는 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일행과의 대화 금지는 물론이고 일부 가게는 주문을 SNS로 받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 씨(27)는 “혼자 조용히 음악 감상이나 독서, 또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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