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모든 것 집어삼키는 ‘아마존’이란 공룡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8일 01시 40분


◇아마존 디스토피아/알렉 맥길리스 지음·김승진 옮김/2만7000원·520쪽·사월의책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이기만 한 게 아니라 두 번째로 큰 강보다 여러 배가 더 큰 강이고, 다른 모든 강을 날려버리는 강이죠.”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아마존’이란 이름을 짓게 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그의 말처럼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이제는 클라우드와 스트리밍 시장까지 장악한 독점 기업이 됐다.

이 책은 아마존의 확장이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지역 경제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사회안전망까지 해치면서 결국 민주주의마저 위협하는 현장을 보여준다. 저자는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프로퍼블리카의 선임기자다. 그는 아마존을 취재한 것에 대해 “한 나라 안의 심각한 격차와 분열을 살펴보는 렌즈로 삼기에 어느 기업보다 제격”이라고 말한다.

우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아마존의 기업 운영 행태를 파헤친다. 아마존은 미국 지역 곳곳에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조건으로 지방정부로부터 통상 15년간 세금을 면제받고, 각종 비용 등을 전가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물류센터가 들어서자 각종 교통체증과 민원 등이 발생하지만 정작 치안, 소방 등 공공서비스에 필요한 재원은 아마존이 아닌 주민들이 메우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는다.

아마존의 저가 공세로 탄탄한 지역 기업들마저 파산과 폐업으로 내몰린다. 미국의 봉통 백화점은 우수한 직원 복지, 지역에 대한 책임감 등으로 유명한 기업이었지만 아마존의 온라인 저가 전략에 밀려 2018년 파산했다. 지역 공공기관에 사무용품 등을 납품하다가 몰락한 중소업체들의 인터뷰 등도 책 곳곳에 녹아 있다.

저자는 미국 정치권이 아마존에 대해 반독점법 청문회를 열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아마존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시도 등 아마존의 폭주를 막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책의 주인공과 무대를 쿠팡과 한국으로 바꿔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아마존 디스토피아#아마존#경제적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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