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관측 이래 최고 온도 경신… 목숨 앗아가는 폭염 위험성 경고
식량 부족-팬데믹 몰고 오는 등 폭염 피해 계층 구분 없이 닥쳐
‘지구온난화’ 넘어서는 용어 필요… 폭염에도 태풍처럼 이름 붙여야
◇폭염 살인/제프 구델 지음·왕수민 옮김/508쪽·2만3000원·웅진지식하우스
“올해 첫 폭염 ‘멧돼지’가 발령됐습니다. 학교와 야외 사업장은 문을 닫습니다.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합니다.”
몇 년 뒤엔 이런 뉴스를 매년 몇 차례씩 듣게 될지 모른다. 저자의 주장은 그렇다. 지난해 지구는 19세기 말보다 1.48도 더 더웠고 6월부터 12월까지는 관측사상 가장 더운 달이 이어졌다. 태풍처럼 이상고온에 이름을 붙이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이 거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학자로 2019년 전작 ‘물이 몰려온다’에서 해수면 상승을 경고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원제 ‘더위는 당신을 먼저 죽일 것이다(The Heat Will Kill You First)’가 말해주듯 기온 상승이 가져올 더 직접적인 위험을 경고한다. “지금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먼저 더위로 죽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평등하게 폭염의 피해를 입을 것이다.”
2019년 세계에서 더위로 사망한 사람은 48만 명이었고 이 숫자는 앞으로 더욱 늘 것이다. 2003년 프랑스를 강타한 폭염으로 1만5000명이 숨졌고 파리 도심에서만 1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어컨은 20세기 인류의 분포를 바꾸었다. 사람이 살 수 없던 더운 땅에 새로운 도시가 생겼다. 그러나 에어컨은 실내에서 실외로 열기의 위치를 바꿔줄 뿐이며 에어컨이 많이 가동될수록 도시는 더욱 뜨거워진다. 폭염에 정전이 일어나면 한 도시에서 수천 명씩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나무를 심는다고 해서 온실가스 흡수량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는다. 이미 세계에는 3조 그루나 되는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시의 기온을 내릴 수는 있다. 미국 포틀랜드시의 빈민가에서 측정된 기온이 51도를 넘을 때 주변 부유층 주거지의 기온은 14도 가까이 낮았다. 정원에 무성한 나무들이 열기를 흡수한 것이다. 건물에 정원을 조성하는 ‘그린루프’ 운동도 도움이 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대멸종은 진행 중이다. 더위는 식물의 개화 시기를 바꾼다. 꽃을 피웠는데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식량 문제로 연결된다. 팬데믹도 걱정거리다. 2019년 코로나19는 평소 만날 일 없었던 동물들이 중국 우한의 시장에서 만나면서 시작됐다고 저자는 밝힌다. 지난 10년간 과학자들이 조사한 동물 종(種)의 절반가량이 기후 변화로 분포지를 바꿨다. 육상 동물들은 10년마다 20km씩 이동하며 해양 동물의 경우 이동이 훨씬 빠르다. 처음 서로 마주치는 동물들이 대역병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용어부터 바꾸자고 제안한다. 핫(hot)하다는 말은 섹시하고 매력적이라는 관념과 연결된다. 지구는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살기 힘들게 뜨거워지는 것이다. 어쩌면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기 중에 황을 살포하면 미세입자들이 햇빛을 반사해 기온이 내려간다. 하지만 강수 패턴이 바뀌는 등 생각하지 못했던 더 심각한 문제들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현실적인 방법은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는 것, 최소한 줄여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준비가 되었는가. ‘지구 온난화는 허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차기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의 유력한 후보다. 우선 필자부터도 에어컨과 자가용, 여객기를 이용한 해외여행을 포기할 수 있을지 생각이 복잡해진다. 아직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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