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연세대 교수·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이 아홉 번째 앨범 ‘에코 오브 로망스’(사진)를 데카 레이블로 내놓았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 슈만의 반려자이자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였던 클라라 슈만의 ‘3개의 로망스’ 작품 22, 슈만의 정신적 제자이자 평생 클라라를 경모했던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 A단조 등 세 작품을 담았다. 클라라 슈만의 곡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원곡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했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한스 그라프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의 두 실내악 작품에는 ‘오원 트리오’ 멤버로 양성원과 오래 함께해 온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스트로세, 브람스의 클라리넷 트리오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함께했다.
음반 첫 곡으로 실린 슈만의 첼로 협주곡에서 가장 먼저 귀에 짚이는 점은 선율의 억양(인토네이션)이다. 이 수수께끼 같은 협주곡에서 슈만은 첼로 솔로 파트에 쉼 없는 독백을 쏟아놓도록 하다가도 순간마다 독백은 단절되며 내면으로 침잠하는 눌변(訥辯)과 같은 표정이 낭랑한 달변의 표정을 뒤집곤 한다. 알 듯 말 듯한 이 표정을 양성원이 선택한 음량의 두께와 호흡의 길이가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 세 곡은 본디 첼로 곡으로 내놓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첼로 음색과 맞아 떨어지는 잔잔한 사색을 보여준다. 가장 브람스적인 악기 셋이 어울린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에서 한껏 찰진 음색을 선보이는 첼로와 대조적으로 무게를 덜어낸 듯한 김한의 날렵한 클라리넷도 마치 긴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듯 어울린다.
양성원은 이 앨범을 스승인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1924∼2013)에게 헌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7월 3∼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슈타커 기념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역시 그가 예술감독을 맡은 평창대관령음악제도 7월 24일∼8월 3일 열린다. 올해 음악제 주제는 ‘루트비히!’다. 올해 초연 200주년을 맞는 교향곡 9번 ‘합창’을 비롯해 루트비히 판 베토벤과 그 못잖은 음악사상 혁명아들의 작품을 조명할 예정이다.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 기자간담회에서 양성원은 특히 주목할 공연을 묻는 질문에 ‘더 사랑하는 자식을 묻는 질문처럼 난감하다’며 7월 26일 페레니 미클로시 첼로 리사이틀, 30일 콘서트오페라 베토벤 ‘피델리오’, 젊은 유망 예술가들로 구성한 7월 25일, 8월 1일 ‘평창 드림팀’ 콘서트 등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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