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신성한 ‘입자물리학’
연구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일의 희로애락 흥미롭게 담아
◇신의 입자/리언 레더먼, 딕 테레시 지음·박병철 옮김/736쪽·3만 원·휴머니스트
세상에서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물체는 원자가 모여 이뤄져 있다. 사람, 나무, 플라스틱, 돌, 물, 공기는 원자라고 하는 아주 작은 알갱이들이 엄청나게 많은 숫자로 모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자를 크게 확대해서 살펴보면 가운데에는 핵이 있고 그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는 전자로 돼 있다. 전자, 핵 같은 단어는 전자 제품, 핵에너지 같은 말에 사용되므로 그럭저럭 친숙하게 들리는 용어다.
그런데 혹시 ‘뮤온’이라는 물질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중성미자’라는 물질은 어떤가?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자주 들어 본 적이 있는 물질 이외에도 이런 낯선 다른 물질들이 세상에는 꽤 많다. 뮤온이나 중성미자 같은 물질 역시 전자만큼이나 세상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물질은 왜 있는 것일까? 어디에 쓰이는 걸까? 전자와 이런 이상한 낯선 물질들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기에 어떤 것은 친숙하고 어떤 것은 드문 것일까? 지구의 생물들은 평범한 원자로 돼 있으니 결국 전자와 핵으로 돼 있는 셈인데 우주의 머나먼 저편에 가면 뮤온 덩어리로 되어 있는 외계인도 살고 있을까?
과학에서는 물질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런 재료들을 흔히 입자라고 부른다. 그렇기에 입자의 성질을 연구하고 조사하는 입자물리학은 종종 만물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를 찾는 학문으로 대접받곤 한다. 198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 물리학자 리언 레더먼의 교양과학서 ‘힉스입자 그리고 그 너머’(지브레인)의 짝이 되는 교양과학서 ‘신의 입자’는 입자물리학이 빠른 발전을 이룩하던 1950∼70년대에 저자가 실제로 땀 흘리며 수행한 바로 입자에 대한 실험과 연구에 관해 쓴 책이다.
입자물리학이 세상 모든 물질의 근본 원리를 찾는 일이라고 하면 어쩐지 신성한 느낌이 풍긴다. 그러나 막상 책엔 갖가지 전기 장치와 실험 기구를 붙들고 이리 조립하고 저렇게 개조하면서 일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가득 담겨 있다. 우주의 진리를 찾는다는 심오하고 거창한 느낌이 걷히는 대신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별로 다르지 않은 삶의 애환을 지닌 과학자들이 일하는 진짜 모습이 어떠한지, 그 삶 속에서 어떻게 과학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드러나 있다. 일하다 고생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저자가 늘어놓는 진솔한 농담은 책을 즐겁게 읽게 해준다.
알 수 없는 입자들의 성질을 알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거대한 장비들을 설치하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감을 잡아 보는 데에도 도움 된다. 제목이 주는 느낌과는 반대로 ‘신의 입자’가 오히려 유쾌하게 삶을 돌아보며 경험담을 다루고, ‘힉스입자 그리고 그 너머’는 과학의 핵심을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니 입맛대로 더 읽고 싶은 쪽부터 먼저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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