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영화 기자, 콘텐츠 기업 창업가, 카페 사장, 방송인, 두 돌 지난 아이의 아빠. 하나만으로도 버거운 일을 마흔 중반에 다 거친 이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웹툰 ‘찌질의 역사’로, 누군가는 ‘냉장고를 부탁해’로 그를 접했을 것입니다. 수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안이라는 재밌는 이력도 갖고 있습니다. 그의 정체성을 하나의 수식어로 정의하긴 힘듭니다. 김풍(46)이라는 이름만이 그를 가장 잘 설명하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웹툰 작가가 방송 연예 대상을 수상하는 시대지만, 그가 한창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작가가 한눈을 파는 것이 바람직하게 여겨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 끓는 피를 주체하지 못했던 김풍은 요리, 사업, 방송,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기웃댑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왜 한 가지에 진득하니 몰입하지 못할까’라는 자책의 감정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마흔여섯의 김풍은 좀 더 편안해졌습니다. 다양한 것에 호기심이 생기고, 그걸 시도해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는 걸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집중력보단 순발력으로 승부하는 사람임을 깨달았다는 겁니다.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는 그의 내면을 들어봤습니다.
20대 시절은 그야말로 김풍의 전성기였습니다. 하는 것마다 잘 됐습니다. 데뷔작 ‘폐인가족’부터 주목받았고, 이후 선보인 ‘폐인의 세계’도 히트를 쳤습니다. ‘폐인’이라는 단어가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하게 된 데는 그의 역할이 컸죠. ‘폐인가족’이 잘나가면서 싸이월드의 미니미와 스킨을 판매하는 캐릭터 회사 ‘프로젝트109’를 차렸습니다. 웹툰을 자유롭게 올리기 위해 만든 웹사이트 ‘고구마언덕’은 한때 DC인사이드보다 화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계 신흥강자였습니다.
그렇게 즐겁기만 한 시간이 계속됐다면 좋았겠지만,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진 않습니다. 김풍은 자신의 30대를 ‘이상하게 뒤틀린 모습’이라고 묘사합니다. 타인을 시기하고, 그런 나 자신도 싫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웹툰 작가 외길만 걸으며 성과를 내는 동료들에 비해 이것저것 기웃대는 자신이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웹툰 작가들과의 만남을 기피했고, 혼자만의 세계로 파고들었습니다. 영감은 고독에서 왔습니다. ‘찌질’ 그 자체였던 자기 모습을 고스란히 투영한 작품 ‘찌질의 역사’는 기나긴 외로움의 끝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생각이 많습니다. 다수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고 마니아층도 두텁지만 ‘웹툰 작가가 내 길이 맞나’를 끊임없이 자문합니다. 소소한 성공을 거뒀던 다른 길들에서 확신을 본 것은 아닙니다. 활발하게 방송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원하는 건 창작’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공 가도를 달릴 때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그는 늘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합니다. 끝없는 자아 성찰, 그게 김풍을 진정한 창작자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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