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여진구의 첫 악역 도전…“역할 몰입해 감정 컨트롤도 필요하다는걸 배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8일 15시 59분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아역 배우 출신 배우 여진구(27)가 영화 ‘하이재킹’에서 첫 악역 도전에 나선다. 북한에 있는 형을 만나겠단 의지로 여객기 납치를 감행한 테러범 용대 역을 통해서다.

21일 개봉하는 ‘하이재킹’은 1971년 실제 벌어진 항공기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강원도 속초에서 출발한 여객기를 사제 폭발물로 무장한 김상태가 납치해 북한으로 갈 것을 요구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여진구는 첫 악역을 맡은데 대해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배우적인 호기심이 생겼다”며 “출연 제안을 받고 할 수 있을지 자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용대의 에너지에 이끌렸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여진구는 ‘그동안 그에게 이런 표정이 있었나’ 싶을 만큼 강렬하다. 밝고 반듯한 이미지의 그가 검은 얼굴과 주근깨, 더벅머리를 한 채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이 낯설다. 그에게 용대 역을 처음 제안한건 아역 시절부터 인터뷰 등을 통해 롤모델로 꼽아온 배우 하정우다. 하정우는 이번 작품에서 여진구와 육박전을 벌이는 부기장 태인 역을 맡았다. 여진구는 악역에 과몰입한 일화도 전했다. “이렇게 감정이 격하게 올라오는 역할이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정우 형을 몇 번 실제로 때린 적이 있어요. 너무 몰입했는데 감정 컨트롤도 필요하다는 걸 배웠죠.”

여덟 살에 데뷔해 올해 20년차를 맞은 그는 ‘잘 자란 아역 배우’의 대명사였다. 아역 시절엔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카메라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 “천재 아역 배우”란 평도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스무 살 무렵 배우로서 겪은 사춘기가 있었다. 그는 “너무 괴로워서 빨리 30대가 오면 좋겠다 생각했다. 10년을 버티고 30대가 되면 질려서 그만두건, 살아남지 못했건 뭔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그의 선택은 ‘정면 돌파’였다. 오히려 더 많이 계속해서 카메라에 스스로를 노출시킨 것.. 그렇게 드라마 ‘왕이 된 남자’(2019년) ‘호텔 델루나’(2019년) ‘괴물’(2021년) 등에서 연이어 호평을 받으며 슬럼프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스물 일곱의 청년은 어느덧 단단한 배우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답을 찾은 것 같아요. 훌륭한 배우가 아니라 현장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하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그런 현장을 만들어줄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하이재킹’ 현장이 그랬던 것 처럼요.”

#여진구#배우 여진구#영화 하이재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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