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남과 비교말고 자신 강점 꾸준히 진화시켜야 롱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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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마스터’ 첫 주자 홍혜경, 내달 3일 오페라 아리아 공연
콩쿠르 심사하며 꿈 키워주고파
곡 해석-스타일 제대로 준비한후
연습실에선 실전처럼 완벽해야

서울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 첫 순서로 7월 3일 리사이틀을 여는 소프라노 홍혜경.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한국인 첫 주역가수로 활약한 그는 후배 성악가들에게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예술의전당 제공

1984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하며 ‘한국인 메트 시대’를 연 소프라노 홍혜경(65)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베이스 연광철,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으로 11월까지 이어지는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 첫 순서로 다음 달 3일 리사이틀을 갖는다. 이병욱 지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벨칸토 오페라에서 푸치니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준다. 7월 9일에는 젊은 성악가 네 명을 일대일로 지도하는 보컬 워크숍 시간도 갖는다. 미국 뉴욕 근교에 거주 중인 그를 전화로 만났다.

―이번 리사이틀을 위해 벨리니와 도니체티의 ‘벨칸토’ 시대 아리아부터 푸치니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준비하셨습니다.

“관객, 특히 성악을 전공하는 젊은이들에게 ‘자기 목소리에 맞는 테크닉을 잘 가꾸면 오래 꾸준히 노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목소리에 맞는 넓은 시대의 오페라 아리아를 넣었습니다.”

―후배 성악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언어나 곡 해석, 스타일 등 모든 것을 제대로 준비한 다음 연습실에서는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해야 해요. 또 하나는 비교하지 말기. ‘나는 왜 저 사람처럼 안 되나’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잘하는 것만 생각해야 해요.”

―무대 생활 중에서 특히 영광스러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늘 아쉬웠던 점만 생각나죠. 노래에 만족했던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뜻깊은 순간으로는 메트로폴리탄에서 푸치니 ‘라보엠’의 미미 역을 하다가 2005년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에서 미미 역을 노래했을 때 감회가 깊었어요.”

―여러 역할에서 빛나는 노래를 들려주셨지만 특히 미미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1983년 성악 코치 겸 지휘자 레오네 마지에라를 한 음악축제에서 만났어요. 그 여름에 그분으로부터 미미 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배웠죠. 순수한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을 꿰뚫고 있는 분이었어요. 메트로폴리탄에서 제가 미미 역을 역대 세 번째로 많이 했어요.”

―개인적 면모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적은 것 같습니다. 취미로 미미처럼 수를 놓기도 하나요.

“저 정말 수놓는 거 잘해요! 예원학교에 다닐 때 자수 수업이 있었어요. 내가 잘하니까 선생님은 이쪽 분단 아이들을 가르치고 저는 반대쪽 애들부터 가르치라고 했어요(웃음). 요즘은 집의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요. 직접 기른 채소는 어린 시절 시장에 가서 산 것과 맛이 똑같아요. 지인들에게도 나눠주면서 행복을 느끼죠.”

―2016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으로 활약했는데….

“젊은 친구들이 싱싱한 소리로 노래하는 걸 듣는 게 좋아요.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서도 여러 차례 심사를 맡았는데 정말 결과를 잘 맞혔어요. 콩쿠르 심사는 기회가 되는 대로 하고 싶어요. 젊은 성악가에게 자신감을 주는 기회니까요.”

―최근 미국에서의 무대나 계획이 있다면….

“메트에서 올해 현대곡 출연을 제안했는데 재미없는 배역이었어요. 안 하겠다고 했죠(웃음). 음악가는 힘들어요! 목소리의 노예가 된 것 같은 때도 많았어요. 거기서 풀려나온 지금 기분은 유토피아 같아요. 원하면 노래를 할 기회가 있고 삶도 즐기고 있잖아요?”

디바 홍혜경의 그 행복이 길게 이어지기를, 더불어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오래 이어지기를 소망했다. 넓은 시대를 아우르는 그의 무대가 곧 펼쳐진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성악가#홍혜경#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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