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끄는 스페인 플라멩코 상시 공연… 한국, 판소리 등 전통예술 상설무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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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 근처에 공연장 만들어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음악당에서 무용수들이 기타 반주와 노래에 맞춰 전통무용인 플라멩코를 추고 있다. 플라멩코는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마드리드, 세비야 등 주요 관광지에서 상시 공연되며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진 출처 아르떼 
플라멩코 홈페이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음악당에서 무용수들이 기타 반주와 노래에 맞춰 전통무용인 플라멩코를 추고 있다. 플라멩코는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마드리드, 세비야 등 주요 관광지에서 상시 공연되며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진 출처 아르떼 플라멩코 홈페이지

바일라오라(여성 무용수)가 정열적인 기타 선율에 맞춰 붉은 치맛자락을 휘감았다. 엇박자를 매끄럽게 넘나드는 손뼉과 강렬한 사파테아드(구두 소리)가 멈추자 객석 곳곳에서 기립박수가 터졌다. 대만에서 여행 온 리첸양 씨는 “스페인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고 해 공연장을 찾았다”며 “귀국하면 플라멩코를 배워보고 싶을 만큼 흠뻑 빠져들었다”고 했다.

14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음악당은 스페인의 전통무용인 ‘플라멩코’를 보러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플라멩코는 스페인 남부의 전통무용과 집시 문화가 결합된 공연예술이다. 정열과 애환이라는 민족성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인 모건 페리 씨는 “집시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고 그들 삶의 애환을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 티켓 값 55유로(약 8만 원) 이상의 가치를 했다”고 말했다.

전통 공연예술은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 통로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의 수요가 높다. 바르셀로나에선 유서 깊은 랜드마크인 카탈루냐 음악당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플라멩코를 선보인다. 소규모 공연장에서도 전문 무용수들이 매일 이 춤을 춘다. 포르투갈에서는 1800년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가요 ‘파두’가 관광객들을 끌어모은다. 포르투, 리스본 등 주요 관광지의 대극장은 물론이고 음식을 곁들일 수 있는 작은 공연장에서 상시 공연된다.

체코는 마리오네트(꼭두각시) 인형극으로 유명하다. 과거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및 독일의 지배로 인한 불합리한 현실을 풍자했던 민족주의 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몽골에선 수도 울란바토르의 국립예술대극장에서 전통 민속공연을 상시로 선보이며 다양한 부족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해외 관광객들이 볼만한 전통공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중국의 경극이나 일본의 가부키와 비견될 수 있는 한국의 판소리가 있지만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접하기 쉽지 않다. 상설 공연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외국어로 된 공연 정보를 찾기 어렵고, 온라인 예매를 위한 회원 가입 과정도 복잡하다. 한국인이 대신 예매를 해준대도 공연을 볼 때는 예매자 본인의 신분증(원본)을 제시해야 한다. 자막 서비스 등의 편의성을 높일 필요성도 제기된다.

백현순 한국체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우선 주요 관광지에 인접한 국공립극장에 전통공연 일정을 관광 시즌에 맞춰 늘려 나가고 향후 상설 공연장을 마련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전통예술#전통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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