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센 미술관은 11월 12일부터 청기사파의 유일한 여성 화가인 가브리엘레 뮌터(1877∼1962)의 회고전을 연다. 최근 여성 화가에 대한 재조명 움직임이 일면서 뮌터는 지난해 영국 로열 아카데미 그룹전, 올해 테이트 모던 ‘표현주의’ 그룹전에도 전면에 소개됐다. 티센 미술관은 ‘위대한 여성 표현주의 예술가’라는 부제로 뮌터를 소개한다. 전시를 준비 중인 큐레이터 마르타 루이스 델 아르볼은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중 하나인 뮌터의 ‘자화상’(1908년)이 보존 복원되는 과정을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전시를 위해 상태를 체크하고 복원이 필요한 곳을 수리하기 위해 마련된 보존복원실에는 수백 년 된 작품들이 민낯을 드러낸 채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뮌터의 자화상은 판지(carton)에 그려진 것으로, 액자에서 분리하니 작은 크기였다. 뮌터가 전시를 위해서 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캔버스보다 비교적 편한 매체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보존 복원 과정에서 연구팀은 그림 뒷면에 뮌터가 그린 눈동자를 주목했다. 이 눈동자 부분을 새롭게 사진을 찍어 원본 그림에 겹쳐 보았는데 그 모양이 완전히 일치했다는 것이다. 이는 뮌터가 자와 같은 측량기기 없이도 정확히 같은 크기와 위치를 그려낼 수 있었으며, 그만큼 훌륭한 데생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르볼은 “뮌터는 칸딘스키의 연인이었다는 흥미 위주의 이야기로 소개됐는데, 독일에서는 아주 중요한 작가”라며 “자화상만 보고도 사진에서 뮌터를 알아볼 수 있었으며, 터치 몇 번으로 초상화나 풍경의 본질을 잡을 수 있었던 화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화상에서는 자신을 냉정하고 정직하게 바라보려는 태도를 읽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현대 인간의 불안한 감정까지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아르볼은 “뮌터의 회화 작품은 물론 그가 홀로 미국 여행을 떠나 찍었던 사진까지 150여 점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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