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더운 여름, 한 아이가 집을 나선다. 아이가 걸어가는 길을 지켜주는 건 다름 아닌 그늘. 아이는 신호등 기둥이 만든 그늘에서 파란불이 켜지기를 기다린다. 커다란 다리가 만든 그늘로 힘차게 걸어간다. 울창한 나뭇잎이 해를 가려준 덕에 아이는 시원하게 산책할 수 있다. 그늘은 친한 친구처럼 아이를 반겨준다.
산책을 마친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함께하는 것도 그늘이다. 햇빛이 진 자리에 그늘이 가득 내려앉는다. 그늘이 가득 들어차서 세상은 온통 깜깜하다. 별들은 옷처럼 그늘을 입는다.
사실 그늘이라고 하면 어둡고 슬픈 면을 먼저 떠올릴 때가 많다. 하지만 빛과 그늘은 둘로 쪼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빛이 있으니 그늘이 있고, 그늘이 있으니 빛이 있다.
그늘이 알맞게 드리운 세상이 아름답다는 교훈을 은은하게 전한다. 수채화 물감을 드리운 듯 화사한 여름 풍경을 그려낸 그림도 매력적이다. 무더위가 이르게 찾아온 요즘, 시원한 그늘에 누워 아이와 함께 읽으면 어떨까.
댓글 0